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으로 촉발된 페미니즘 논란에 정면 대응을 피하고 있다.
이대남·이대녀의 표심이 이번 대선의 승부처로 점쳐지는 마당에 이들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젠더 이슈를 두고 한쪽의 편을 드는 것으로 비칠 경우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여가부 폐지론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 논평이나 이재명 대선후보의 직접적 언급이 부재한 것도 바로 이런 상황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앞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 혹은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부처 명칭에서 '여성'을 뺐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남성 역차별' 여론을 반영해 '균형'을 맞춘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었다.
선대위 관계자는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공학적으로 본다면 젠더 문제는 기본적으로 제로섬 게임과 같은 측면이 있다"며 "후보나 당이 입장을 밝히더라도 최대한 신중하고 정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애매한 전략'을 유지하는 데에는 윤 후보가 던진 여가부 폐지론에 민주당의 분란과 실책을 유도하는 정략적 의도가 존재한다는 인식도 섞여 있다.
윤 후보가 최근 자신의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휘발성이 강한 젠더 이슈에 불을 지폈다는 것으로, 여기에 이 후보도 올라탈 경우 상대 전략에 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후보는 다짜고짜 젠더 갈등을 부추겨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것"이라며 "여가부 존폐론으로 남녀를 갈라쳐서 선을 긋고 전선을 형성해보자는 건데 거기에 우리가 대꾸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했다.
다만 이번 이슈를 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SNS 등을 통해 여과되지 않은 개인 의견도 속속 내놓고 있어 일각에서는 선대위 차원의 전략 기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여성 인권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에 이재명 후보가 출연한 것을 두고 김남국 의원 등 몇몇 의원은 반대하는 의견을 내부 단톡방에 개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 관계자는 "전략기획본부 차원에서 오늘내일 내로 여가부 존폐론이랄지 젠더 이슈에 대한 전략 기조를 세워 내부에 공유할 방침으로 알고 있다"며 "공보단을 비롯해 모든 실무 파트도 그 전략 기조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7일 오후 페이스북에 하늘색 바탕 위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의 글을 구체적 설명 없이 올렸다.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한다는 기존 공약에서 선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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