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착한 원래 부모는 간곡한 호소
결국 돌려받기로… “빨리 데려왔으면”

지난해 8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한 뒤 그 치하에선 도저히 살 수 없는 이들의 필사적인 탈출 행렬은 아직도 우리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다. 특히 카불공항에서 어느 부모가 “이 아기만은 제발 살려달라”며 생후 2개월 된 아들을 철조망 너머 미군 병사한테 건넸다는 얘기는 온 인류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들었다. 이후 가족의 품에 안기지 못하고 실종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낸 그 아기가 5개월 만에 무사한 채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9일 로이터통신의 단독 기사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아프간인 부부 미르자알리 아흐마디(35)와 수라야(32) 사이에 태어난 소하일이 바로 ‘그 아기’다. 아흐마디는 카불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10년간 경비원으로 일해 탈레반의 보복 대상 1호로 꼽혔다. 온가족이 카불공항을 통해 다급히 빠져나가려는데 아수라장 속에서 그만 막내아들을 잃고 말았다. 생후 2개월 된 아기가 군중에 떠밀려 압사할 것이 걱정돼 팔을 위로 들어올려 미군 병사한테 아기를 건넸는데 그게 생이별이 되고 말았다.
끝내 아프간을 빠져나오지 못한 소하일은 현재 카불에 있다고 한다. 택시 운전사로 일하는 하미드 사피(29)가 마침 그날 카불공항에 갔다가 바닥에서 혼자 울고 있는 갓난아이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정성껏 키웠던 것이다. 사피는 로이터통신 측에 “나는 딸만 셋 있는데, 어머니가 죽기 전 소원이 손자를 보는 것이라 하셨다”며 “그래서 내가 아들 삼아 키우기로 하고, ‘모하맛 아비드’라는 이름도 지어줬다”고 밝혔다.
사피가 자신이 데려다 기르는 ‘그 아기’가 소하일이란 걸 깨달은 건 지난해 11월쯤이다. 카불공항을 통해 아프간을 출국한 뒤 미국 텍사스주(州)의 난민촌에 도착한 아흐마디 부부가 “제발 우리 아기를 찾아달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물이 성과를 올렸다. 해당 SNS 게시물을 본 카불의 어느 시민이 “사진 속 아기가 이웃의 집에 새로 입양된 아들 같다”고 아프간 난민 지원단체에 제보를 한 것이다. 이 시민은 사피의 바로 옆집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흐마디 부부는 사피에게 “소하일을 돌려달라. 사례는 후하게 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미 아이한테 듬뿍 정을 붙인 사피는 “모하맛 아비드가 진짜 소하일이란 걸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거절했다. 결국 아프간 난민 지원단체까지 개입해 1개월 이상 끈질긴 협상을 벌인 끝에 사피는 아기를 아흐마디 부부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데 동의했다. 아흐마디 부부는 지난 약 5개월 동안 아이를 잘 길러준 데 대한 보답으로 사피에게 10만아프가니(약 115만원)의 사례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 소하일은 카불에 살고 있는 아흐마디의 장인, 곧 외할아버지가 임시로 돌보는 중이다. 아흐마디 부부는 소하일의 행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제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에서 소하일을 최대한 빨리, 그리고 안전하게 미국으로 데려오는 일만 남았다”고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