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단독] “오스템 직원, 1년 전에도 횡령 문제” 내부 증언…단독 범행 의구심 여전

입력 : 2022-01-06 16:43:33 수정 : 2022-01-06 19:03:28
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이씨, 2020년에도 횡령 적발…별다른 징계 없었어”
일부 직원들 “내부 조력자 없이 가능한 일이냐”
자택 은신에 금괴 구매…비상식적 행보도 의문점
'회삿돈 1880억원 횡령'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 모씨가 6일 새벽 서울 강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상장사 역대 최대 규모인 1880억원 횡령 혐의로 체포된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가 1년여 전에도 회사에서 횡령 의혹을 받았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이후로도 이씨는 별다른 징계 없이 회사 자금을 관리하는 재무관리팀에 계속 근무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초기부터 “이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사측과 달리, 이씨 측은 “윗선 지시가 있었다”고 반박하는 등 파장이 예상된다.

 

6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복수의 오스템임플란트 직원들은 “지난 2020년 중순 이씨가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가 적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당시 이씨는 증빙서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사적 용도 지출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했다.

 

회사는 이 사실을 인지했지만, 재무관리팀에서 이씨와 함께 근무한 대리급 직원인 최모씨를 다른 계열사로 전보시키는 선에서 마무리했다는 게 직원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최씨는 2020년 9월 1일자로 자회사인 오스템글로벌로 발령받았다. 사내 인트라넷에 이씨에 대한 징계 기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 강서구 오스템인플란트 본사. 연합뉴스

직원 A씨는 “이씨의 횡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이전 사건 때 강력한 징계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또 터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 B씨는 “이씨가 사고를 치고도 징계받지 않는 것을 보고 사내에 ‘이씨가 (최규옥) 회장 라인’이라는 얘기가 떠돌았다”며 “이씨가 술자리에서 ‘내가 마음만 먹으면 회사를 집어삼킬 수 있다’고 말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전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부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사팀이 당시에 이씨와 관련된 특이 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최씨의 경우) 다른 부서나 관계사로 전보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했다.

 

이씨가 전에도 횡령했다는 증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회사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횡령 문제가 있는 직원을 고도의 직무윤리가 요구되는 재무관리팀장으로 계속 근무하게 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모럴 해저드’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들은 “이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회사 입장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었다. C씨는 “직원 1명이 저질렀다기엔 횡령 규모가 너무 크고, 3개월간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내부 조력자 없이 가능한 일인지, 감사와 재무 담당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D씨는 “이씨의 개인 일탈로 치부한 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없던 일처럼 묻을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체포된 이씨 측 역시 개인 일탈이라는 회사 주장을 반박했다. 이씨 변호인인 박상현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이날 서울 강서경찰서에 출석하며 취재진에 “재무관리팀장이라는 직책이 (외부에) 드러나는 위치인데 혼자 횡령을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윗선의 업무 지시가 있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회사 측에서 (이씨가) 잔금을 허위로 기재했다고 말하는데, 사측이 다 확인 가능한 부분이기에 개인 일탈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씨 가족들 역시 주변에 “이씨가 윗선의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일반적인 횡령 사건과 달리 비상식적인 행보를 보인 것도 의혹을 부채질한다. 지난달 30일 잠적한 이씨는 멀리 도주하지 않고 경기 파주시 자택 건물에 은신해 있다가 이달 5일 체포됐다. 잠적하기 전 681억원 상당의 1㎏짜리 금괴 851개를 매입했다는 점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도주 중인 이씨가 굳이 무겁고 부피가 커 운반 및 보관이 어려운 금괴를 산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윗선 연계설‘을 일축했다. 사측은 “현재 당사가 자체 파악한 바로는 윗선의 개입은 없다“며 “현재 횡령직원의 신병이 확보됨에 따라 본격적인 경찰조사가 이뤄져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 회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그 어떠한 개입이나 지시를 한 일이 전혀 없다”고도 덧붙였다. 지난 3일 직원 대상으로 열린 긴급 담화에서도 엄태관 대표는 이 같은 내용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씨에게 공범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는 한편 그가 여러 계좌로 분산 송금한 횡령액의 행방 또한 추적하고 있다.


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채수빈 '햇살보다 눈부신 미모'
  • 채수빈 '햇살보다 눈부신 미모'
  • 이은지 ‘밥값은 해야지!’
  • 차주영 '완벽한 비율'
  • 샤오팅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