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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찍혔는데도 몰라… 경보에 출동했지만 “이상 무” 철수

입력 : 2022-01-02 20:41:47 수정 : 2022-01-02 20: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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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부전선 통해 1명 월북… 軍 초동조치 부실 비판

軍 과학화 경계시스템 정상 작동
감시병, 당시 월북 상황 인지 못 해
초동조치 병력도 철책만 둘러봐

2021년 ‘헤엄 귀순’ 사건 등 발생 따라
장비 강화에도 ‘무용지물’ 만들어
“GP 철수로 즉각 작전 못 해” 지적도
사진=뉴시스

2일 알려진 강원도 고성군 인근 동부전선을 통한 월북 사건은 군의 허술한 대북감시망 실태를 다시 드러낸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지적받아온 전방 경계의 문제가 재확인됐다. 군은 지난해 2월 ‘헤엄 귀순’ 사건 발생 이후 과학화 경계장비를 강화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초동조치 부실은 물론, 군의 경계 기강 해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CCTV 잡히고 경보 울려도 3시간 동안 ‘깜깜’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번 월북 과정에서 군의 과학화 경계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군의 폐쇄회로(CC)TV엔 1일 오후 6시40분쯤 월북자가 GP(감시초소) 철책을 넘는 장면이 담겼다. 군이 최초 월북 사실을 인지하기 3시간여 전이다. 군은 이날 오후 9시20분쯤 월북상황을 인지하고, CCTV를 확인하는 과정에서야 해당 장면을 확인했다. 합참은 CCTV 감시병이 당시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월북자가 GP를 넘는 시점에 철책에 설치된 과학화 경계시스템의 광망 경보도 정상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참 관계자는 “(월책) 당시 광망 경보가 울려 초동조치 병력이 철책으로 갔지만 ‘이상이 없다’고 보고한 뒤 철수했다”고 말했다. 결국 CCTV와 광망 경보를 통해 이중으로 월북 정황이 포착됐음에도 군이 3시간 동안 몰랐던 셈이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역을 관할하는 22사단은 강원도 산악 지형과 해안을 함께 경계하고 있어 사건·사고가 잦은 부대다. 2021년 2월엔 ‘오리발’ 등을 착용하고 뚫린 배수로를 통해 월남한 북한 주민의 ‘헤엄 귀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보존 GP 근처에서 발생… 월북자 신변 우려도

이번 월북사건이 보존 GP 인근에서 발생한 점도 논란이다.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남북은 2018년 11월 시범철수 대상 GP를 각각 11개 중 10개를 완전히 파괴했다. 남아있는 보존 GP는 병력은 철수하되 경계감시장비만 설치돼 있다. 합참 관계자는 “해당 구역은 CCTV로 감시를 강화했고, 보급로 상에서 열상감시장비로 (월북자를)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GP에 병력이 없었던 탓에 즉각적인 신병 확보 작전을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월북자가 이미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은 상황에서 군이 이를 저지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새해 첫날 강원도 최전방의 22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통한 월북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북 감시망의 허점이 또다시 노출됐다. 사진은 강원도 고성통일전망타워 인근에서 바라본 보존GP와 금강산. 연합뉴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병력이 직접 가서 지키는 것과 장비로 경계하는 방식엔 차이가 있다”며 “그동안 9·19 군사합의 이후 경계장비를 보강했음에도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GP 철수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북자의 신원은 이날 군 발표 당시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월북 사건 발생 이후 이튿날까지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없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해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어 월북자 신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2020년 9월엔 40대 공무원이 서해 북측 해역에서 총살을 당한 게 알려져 남북 사이에 긴장관계가 조성됐다. 당시 북한은 해당 조치가 ‘국가 비상 방역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년 벽두에 알려진 월북 사태와 관련, 합참은 “이날 아침 우리 국민 보호 차원에서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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