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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복네’ ‘오늘 같은 날’… 1970년대 ‘3대 저항 가수’ 양병집 별세

입력 : 2021-12-26 16:52:10 수정 : 2021-12-26 16:52:08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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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를 풍미한 '1세대 포크 가수' 양병집(본명 양준집)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70세. 연합뉴스

“오늘 같은 날 비나 오구려/때 묻은 내 가슴 속이나 씻어 주시게/굴러가는 돌멩이 하나를 주워 하늘에다 던져봐도 받지를 않네/오늘 같은 날/에라 집에나 가지/오늘만은 집 냄새도 향기롭다네.” -오늘 같은 날-

 

김민기, 한대수와 더불어 ‘3대 저항 가수’로 70년대 활약했던 싱어송라이터 양병집(본명 양준집)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70세. 25일 가요계에 따르면 양병집은 친분이 있던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와 생전 자주 찾던 마포구의 한 단골 카페에서 약속을 했으나 나타나지 않았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카페 주인이 112에 신고해 경찰이 자택에서 고인을 발견했다.

사진=연합뉴스

1974년 1집 ‘넋두리’에서 현실을 비꼬는 노랫말과 구수한 가락으로 당대 저항가요 선두주자가 된 고인은 미국 음유 시인·가수 밥 딜런 노래나 민요를 개사한 노래를 통해 월남파병, 민주화 항쟁 등을 다루고 산업 전선에서 스러져간 젊은이를 애도했다. 밥 딜런 노래를 개사한 ‘역(逆)’은 훗날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로 가객 김광석이 제목을 바꿔 부른 고인 대표곡이다. 함경도에서 구전된 민요 ‘타복네(타박네)’를 발굴해 세상에 널리 알린 것도 고인이다. 군부독재 시절엔 ‘가사와 창법, 방송 부적격’을 이유로 방송 부적격·판매 금지 조치를 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가수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1980년대 초 서울 이화여대 인근에 음악 카페 ‘모노’를 운영했는데 이곳에서 전인권의 밴드 들국화가 결성을 도모했다. 이후 호주로 이민을 떠났다가 1999년 한국으로 돌아온 고인은 2016년에는 들국화 원년 멤버인 기타리스트 조덕환과의 협업곡을 담은 새 앨범 ‘흔치 않은 노래들’을 내는 등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양병집은 신랄한 ‘언어의 풍자가’로, 미국 포크곡에 우리나라 현실을 접목해 한국적 포크를 개척했다”며 “여기에 토속적 요소를 도입하고자 수고를 기울인 인물”이라고 평했다.

 

역(逆) - 양병집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 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로 뜨는 돛단배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

 

오늘도 에드벌룬 떠있건만

 

포수에게 잡혀 온 잉어만이 한숨을 내쉰다

 

시퍼렇게 멍이 들은 태양

 

시뻘겋게 물이든 달빛

 

한겨울에 수영복 장수

 

한여름에 털갑장 장수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

 

오늘도 에드벌룬 떠있건만

 

태공에게 잡혀온 참새만이 눈물을 삼킨다

 

남자처럼 머리깍은 여자

 

여자처럼 머리 긴 남자

 

백화점에서 쌀을 사는 사람

 

시장에서 구두 사는 사람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

 

오늘도 에드벌룬 떠있건만

 

땅꾼에게 잡혀온 독사만이 긴 혀를 내민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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