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에서 흥미로운 내용이 흘러나왔다. 중국의 어느 농부가 병든 아들을 낫게 하고자 뱀 3마리를 사다가 술을 담근 후 1년 후에 뚜껑을 열어 보다가 갑자기 뱀이 튀어나와 물렸다는 이야기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은 굳이 왜 뱀을 술에 넣어 마셨냐는 것이다. 뱀술은 북한에서 유명하다. 들쭉술, 진달래술도 알려져 있지만, 뱀술이 허용되어 있어 은근히 주류 전시회에 등장한다. 뱀술은 어떻게 만들까? 뱀을 발효시키는 것일까?
아니다. 절대적으로 상하지 않는 45도 이상의 독주에 뱀을 넣는 것이다. 그러면 뱀이 상하지 않고 서서히 그 기운이 술 속으로 빠져나오면서 약기운이 돈다는 것. 아시아에서는 오키나와의 하브슈(ハブ酒)라는 살무사 술이 유명하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얼음물에 살무사를 넣어 기절을 시키고, 내장을 제거한 후 노폐물을 버린 다음에 다시 꿰맨다. 이때 알코올 도수 45도가 넘는 오키나와 전통 소주를 넣고 1년 정도 숙성한 다음에 마신다.
뱀을 먹은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뱀의 남다른 특징 ‘생명력’에 사람들은 주목을 했기 때문. 뱀은 일단 굶고도 오래 산다. 머리가 잘려도 눈을 움직이거나 입을 벌린다. 중국에서 독사 머리를 치고도 잘린 독사에 물려서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혈압이 낮아 혈액순환이 포유류처럼 빠르지 않다 보니 과다출혈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설프게 죽이면 복수하러 온다는 동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교미 시간이 정말 길다. 5시간에서 24시간. 특히 독사는 얼굴 모양이 남성의 생식기와 닮았다. 그래서 독사를 넣은 뱀술이 인기가 많았던 것이다. 물론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 독사의 독은 같은 독성인 알코올을 만나 중화된다고 한다.
지금은 뱀을 잡는 것, 뱀술을 만드는 것 모두가 위법이다. 무엇보다 비위생적이다. 뱀 양식을 하는 곳이 적어서 모두 야생 뱀으로 술을 만들어야 하는데 기생충도 많다. 그런데 이러한 기생충은 알코올 성분에도 잘 안 죽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그 기생충은 전신을 돌아다니는 경우가 있어서 오히려 정력 감퇴를 불러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또 독사로 만든 술의 경우 독 성분에 중독될 수가 있다.
그렇다면 굳이 왜 술로 담가 먹었을까? 이유는 간단한다. 옛날에는 냉장고가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먹지 않으면 상했다. 그런데, 이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 속에 넣으면 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마실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알코올 속에 약재가 서서히 녹았고, 사시사철 편하게 마실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약재를 넣은 술은 약용 효과가 훨씬 빨랐다. 알코올의 흡수력이 물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의보감에는 술을 약 중의 약, 백약지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빠르다는 거지 증폭시켜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약성이 너무 빠르게 들어가서 간에 부담을 주는 경우도 많다.
또 하나, 술은 좋은 성분만 흡수를 빠르게 했을까? 아니다. 그 반대도 많았다. 술에 독약을 타도 흡수가 빠르다. 대표적인 것이 사약이다. 사약에 술을 탔던 것이다.
결국 자연은 인간에게 술을 줘서 기분을 좋게 하고, 흥분도 줬으며, 자신감이 넘치게도 해 줬지만, 또 졸리고 피곤함도 같이 줬다. 술을 적당히 마시라는 의미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랜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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