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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정치·극한대결 탈피… “‘좋은 정치인’ 영입 나서야” [연중기획 - 국가 대개조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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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02 20:00:00 수정 : 2022-01-02 20: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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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1·2당이 뽑은 대선 후보
국민 “비호감도 50%” 낙제점

정치, 신분상승의 도구로 전락
보스 중심 ‘줄세우기 공천’ 난무
공적 대의, 패거리 정치에 밀려
“정치시스템 전반 뜯어고쳐야”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원내 1·2당이 뽑은 대선 후보에게 국민은 ‘비호감도 50%’라는 낙제점을 줬다. 이는 후보 개인에 대한 비호감을 넘어 한국 정치와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냉소와 불신이 담겨 있는 것이다.

세계일보가 정치학과 교수 등 전문가와 전직의원, 당직자들에게 한국 정치의 문제점을 물어본 결과, 1987년 이후 개선되지 않은 승자독식형 구조에 따른 정당시스템의 붕괴와 진영 간 대결구도의 반복, 민의를 받들기 어려운 정치인 공급시스템 등이 거론됐다. 여론조사·이미지 의존 정치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거기에 유튜브로 상징되는 개별적 정보 습득 증가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양극단의 정치를 심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치는 통합이 아닌 분열의 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총체적 개혁 없이는 대선 이후에도 분열과 대립의 정치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지난달 16일 발표된 SBS-넥스트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57.3%),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61%) 모두 50%가 넘는 비호감도를 기록했다. 두 후보 모두 상대당 지지층 중 90% 이상이 ‘비호감’이라고 답했다. 진영 결집 결과다. 공교롭게도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당심’의 힘으로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정당과 민심 간 괴리는 그만큼 정당정치의 한계를 의미한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국민 모두의 포괄 정당이 되어야 하는데 그냥 당원과 지지자들의 정당이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정파적 이해관계로 주도권을 잡은 뒤 ‘51%’만 획득하면 모든 것을 가지는 승자독식형 구조가 정당은 물론 정치 내부 극단 투쟁의 악순환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야당 전직 의원은 “공적 대의에 맞게 의사결정을 하려는 사람들은 정파적 이해관계를 연결고리로 뭉친 패거리의 집요한 공세를 당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극단적 대치의 반복에 따른 정당 시스템의 형해화는 좋은 정치인이 들어오는 구조 자체를 막아버렸다. 용인대학교 최창렬 교수는 “(정치가) 계층상승, 신분상승의 도구가 됐다”며 “국회의원직이 경제적인 이익이나 이해관계를 탐닉하는 자리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여당 전직 의원은 “직능단체에서 정치인을 공급받아도, 그 단체에서 존경받지 않는 사람들이 오기 일쑤”라고 탄식했다.

‘극단적 정치문화’로 상징되는 현행 정치시스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1987년 이후 35년째를 맞이하는 현행 헌법, 그에 따른 5년제 단임 대통령제·소선거구제와 왜곡된 비례대표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장 교수는 “최소한 현재의 극단적 정치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괜찮은 정치인’ 공급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재 제도로는 보스 중심의 ‘줄 세우기 공천’이 아니면, 지방세력들을 무시할 수 없는 ‘호족 국회의원’밖에 탄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회에 더 많은 권한을 주되, 특권을 폐지해 정치인들이 자연스레 의정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 교수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낮춰 경제적 특권을 노리는 사람이 아닌 소명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정치를 맡도록 해야 한다”며 “국회나 정당의 수준과도 맞물려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여론조사 결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지금의 정치 풍토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어제는 10% 차로 한 후보가 이기고 내일은 또 다른 후보가 10%로 이기는 여론조사가 나오지 않느냐”고 말했다.

 

제도 개선이 아닌, 문화적 풍토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 원장은 “한국 정치에서 제도나 시스템에 집착을 하다 보니 정치를 움직이는 ‘플레이어’들의 심리상태에 둔감한 면도 있다”며 “정치심리학과 같은 문화나 트렌드를 연구해볼 필요도 있다. 대중의 심리나 국가 문화의 흐름 분석을 통해 해답을 제시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남은 대통령선거 기간 동안 진영 간 대립을 넘어서는 정치적 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주문이 제기된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도덕성 검증도 필요하지만 남은 기간만이라도 코로나19, 일자리 문제, 경제성장 등 정책경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여당 전직 의원은 “이대로 가다간 ‘3월 10일’부터 나라가 더 쪼개질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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