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모의하는 최악의 폭군에 맞서
비밀리에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 운영
쌍엽기 탈출 낙하산 장면·단검 대결 등
박진감 넘치는 볼거리 스크린에 가득

“우리 조상들은 끔찍한 사람들이었지. 강탈하고 속이고 죽이더니 어느 날부터 귀족을 자처했어. 당시에 신사라고 불리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지금처럼 영예로운 호칭이 아니었어. 그러나 우린 옥스퍼드 가문이다. 불한당이 아니야.”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킹스맨: 골든 서클’을 잇는 ‘킹스맨’ 시리즈의 신작 ‘퍼스트 에이전트’편에서 옥스퍼드 공작(랄프 파인즈)이 아들 콘래드(해리스 딕킨슨)에게 들려주는 말이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비밀조직 ‘킹스맨’이 어떻게 해서 탄생했는지, 그 명분과 출발점을 설명한다. 줄거리로 보자면 1편에 해당하는 셈이다. 서구 제국주의 열강들이 저지른 악행들은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어서, 영화는 ‘반성’이라는 밑밥부터 깔고 가지만, 결국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힘과 능력을 찬미하기는 마찬가지다.
신념을 지키며 비밀리에 독립 정보기관을 운영하는 평화주의자 옥스퍼드 공작은 전쟁터에 나가 세상을 구하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열정의 17살 아들을 보호하려 한다.
19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피격당하는 엄마를 목격한 어린 콘래드의 모습으로 첫 장면을 시작하는 것은, 아버지를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이들 부자의 대립을 통해 서사의 깊이를 더하며 시리즈의 새 방향을 제시하려는 시도다.
“아들아, 넌 아직 인간의 잔악함을 몰라.”(옥스퍼드)
“전 세계가 불타고 있는데 가만있을 순 없어요.”(콘래드)
“넌 조국을 위해 죽는 게 영예라 믿고 있지.”(옥스퍼드)
장군이 조언한다. “(전쟁터에 나가는 것은) 조국을 위해 죽는 게 아니라 전투에서 적들을 죽이고 살아남는 게 목적이라네.”
‘킹스맨’시리즈로 세계적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매튜 본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특유의 재치 넘치는 대사와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스토리 전개, 그리고 ‘킹스맨의 시작’이라는 설정이 흥미롭다. 1차 세계대전 시기를 배경 삼아 수백만 생명을 앗아갈 전쟁을 설계하는 최악의 폭군들과 범죄자들에 맞서는 비밀클럽 ‘킹스맨’의 초기 활약을 스크린 가득 풀어놓는다.
옥스퍼드 공작의 우산을 활용한 액션과 추락하는 쌍엽기에서 탈출해 낙하산을 펼치는 장면, ‘폴리’의 명품 저격술, ‘숄라’의 박진감 넘치는 단검 대결 신까지 볼거리가 꼬리를 문다. 거대한 악당 세력 ‘플록’의 정체도 집중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해리포터’시리즈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007 스펙터’ 등 다양한 흥행작으로 이미 든든한 랄프 파인즈가 균형을 잡고, 매튜 본 감독이 선택한 신예 해리스 딕킨슨이 ‘킹스맨’의 새얼굴 구실을 당당하게 해낸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거울나라의 앨리스’ 등에서 인상을 남긴 리스 이판이 강력한 악당으로 변신했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젬마 아터튼, ‘캡틴 마블’, ‘아쿠아맨’의 디몬 하운수 등도 자신의 존재감에 밑줄을 긋는다.
“정부가 말로만 떠들어대는 동안 우린 그림자 속에서 싸운다. 우린 최초의 독립정보기관이다. 교양 있지만 잔혹하고 고상하지만 무자비한, 그게 바로 킹스맨이다.”(옥스퍼드)
‘이 세상의 진짜 지배자는 부패와 탐욕이다’라는 대사도 귀에 쏙 들어온다.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왕위계승자 페르디난트 부부가 1914년 6월 28일 세르비아계 청년 프란치프에게 저격당한다. 사라예보사건이다. 이를 빌미로 한 달 뒤인 7월 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이 세르비아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다.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한 상식을 찾아보고 관람하면 재미가 배가된다. 22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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