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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포경어민 “고래 먹으면 왜 안되나…후대에 전승할 것”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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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15 12:40:19 수정 : 2021-12-15 13: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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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원숭이·챔팬지 먹는데 고래는 왜 안 되는지 몰라
인간은 환경 따라 나름의 식문화 발전시켜” 당당 주장
미나미보소 어민·市, 어린이 대상 ‘고래까스’ 시식행사
日, IWC탈퇴후 2년전 상업포경 재개…국제사회 주시
일본 쉬쉬 분위기 아냐…오히려 ‘지속가능 포경’ 고민
일본 지바현 미나미보소시 와다어항에서 피범벅이 된 고래를 해체하는 생생한 장면을 어린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포경과 고래고기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하기 위해 해마다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견학 행사를 하고 있다. 일부 어린이는 놀라서 구역질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가이보포경주식회사 제공

“일본의 고래고기 식문화를 미래 세대에게도 전승하겠습니다.”

 

일본의 포경(捕鯨) 기지 중 하나인 지바(千葉)현 미나미보소(南房總)시 쇼지 요시노리(庄司義則) 가이보(外房)포경주식회사 사장이 말했다. 

 

지난 2일 방문한 미나미보소 와다어항(和田漁港)은 가을걷이가 끝난 초겨울 들녘처럼 황량함마저 느껴졌다. 미나미보소 와다초(町)는 망치고래를 겨냥한 대표적 고래잡이 어항이다. 도쿄에서 약 70km 떨어진 보소반도 남쪽 끝에 있는 이곳은 태평양과 접해 있다. 에도(江戶)시대(1603∼1868)가 시작된 17세기 이래  400여년간 망치고래 잡이를 한 일본 전국 포경기지 5곳 중 하나다.

 

쇼지 요시노리 가이보포경주식회사 사장이 2일 고래 해체장에서 작업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미나미보소=김청중 특파원

◆일본 2019년 7월부터 상업포경 재개

 

이곳 고래 해체장에서는 바다에서 잡은 길이 10m,  무게 수십t의 고래를 사람이 운반할 수 있는 크기로 만들기 위해 가르고, 자르고, 깎아내는 작업이 4시간 동안 이뤄진다. 이날 해체 작업을 직접 볼 수 없었지만 쇼지 사장이 제공한 사진은 붉은 피로 범벅된 현장에서 고래가 해체되는 생생한 장면을 전한다. 

 

일본 정부는 2018년 12월 국제사회 반발에도 국제포경위원회(IWC) 탈퇴를 선언한 뒤 다음해 7월1일부터 상업 포경을 공식 재개했다. 일본 정부는 고래 남획 방지를 목적으로 1948년 설립된 IWC에 1988년 가입했다가 2018년 9월 제67차 IWC 총회에 제출한 상업포경 재개안이 부결되자 결국 IWC 탈퇴를 선택했다. 총회 당시 한국은 표결에 기권했다.

 

일본 정부가 상업포경 재개를 선택할 당시 포경선의 거점이 있는 야마구치(山口)현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연안 포경이 번성한 와카야마(和歌山)현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 등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쇼지 요시노리 가이보포경주식회사 사장이 2일 고래자료관 앞에 있는 지구사상 최대 동물로 불리는 길이 26m의 대왕고래 골격 복제품 앞에서 일본의 포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나미보소=김청중 특파원

현재 일본 포경어민들은 일본의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일본 정부가 정한 마릿수의 고래를 포획하고 있다. 올해 잡을 수 있는 고래 수는 295마리.

 

쇼지 사장은 고래 식용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있음을 지적하는 말에 뜻밖에도 “고래고기를 왜 먹지 말아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당당하게 반문했다. 그는 “인간은 서로 다른 여러 환경에서 야생 생물을 먹으면서 살아왔다”며 “사람이 무엇을 먹는지는 자연환경에 따라 사람들 나름의 발전을 시켜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악어를 먹는 곳도 있고, 원숭이를 먹는 곳도 있으며, 침팬지를 먹는 곳이 있다는 기록이 있다”며 “고래고기를 먹는 것은 문화의 차이이고 이것도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고래고기로 포를 만들어 햇볕에 말리는 작업. 미나미보소=김청중 특파원

◆ 죽은 고래 만지기·고래 튀김 시식행사

 

특히 일본은 고래 식용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소멸하는 식문화가 아닌 후대에 넘겨줘야 할 전통문화로 여긴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미나미보소에서는 해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해체장에서 포획돼 숨져있는 고래를 직접 만지거나 돈가쓰처럼 경육(鯨肉)에 튀김옷을 발라 끓는 식용유에서 튀겨낸 고래가쓰를 시식하는 행사가 열린다. 고래고기와 포경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하고 익숙해지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쇼지 사장은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들을 불러 피가 흐르는 것도 보게 하고 고래도 만져보게 하며 자리를 옮겨 시식행사도 한다”며 “나도 즐겁고 선생님이나 아이들도 즐거워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이라고 말했다. 고래해체의 충격적 장면에 견학 어린이 중 구역질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고래고기와 포경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팸플릿. 미나미보소=김청중 특파원
 

고래 식용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활동은 단순히 민간의 어민 차원을 넘어 당국이 지원 한다. 히라시마 쓰요시(平嶋太) 미나미보소시 와다지역센터 소장은 “고래를 평소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연 2회 학교 급식에 고래 튀김을 내놓고 있다”며 “고래고기 맛을 느끼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고래를 잡아 해체할 경우 시 홈페이지에 몇시부터 해체가 있는지 등을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日 국민 67% 고래잡이 찬성…지속가능 포경 고민

 

일반 일본 국민은 상업 포경 재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일본 외무성이 2019년 3월21∼24일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IWC 탈퇴에 대해 긍정적 평가(긍정평가 34.2% + 다소 긍정평가 33.5%)가 67.7%에 달했다. 이에 비해 부정적 의견(부정평가 9.6% + 다소 부정평가 17.4%)은 27%에 그쳤다.

 

일본의 5대 포경기지 중 하나인 일본 지바현 미나미보소시 와다어항. 미나미보소=김청중 특파원

상업포경 재개에 대한 국민 3분의 2를 넘는 찬성 분위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에서는 고래잡이를 쉬쉬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IWC 탈퇴 후  포획량 감소로 소비시장 확대가 벽에 부딪힌 것을 고민하는 차원이 다른 상황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해의 경우 고래고기 생산량은 조사포경시대보다 40% 감소했다”며 “(공급 감소로) 고래고기 도매가격이 상승, 소비확대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포경을 위한 관계자들의 모색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나미보소(일본 지바현)=김청중 특파원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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