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타상품 추천 불가’ 불만
“핀테크와 같이 규제 풀어줘야”
증권사, 투자진단·정보제공
“핀테크와 차별성없어 한계” 지적
‘내 손 안의 금융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이 지난 1일부터 시범서비스에 들어갔다. 금융사들로선 사업 초기에 얼마나 많은 고객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마이데이터 사업의 성패가 달린 만큼 다양한 마케팅을 쏟아내고 있다.
카드업계는 결제내역과 과거 소비 이력을 기초로 데이터 활용을 해온 경험이 있는 데다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이 또다시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2일 기준 카드사 중 마이데이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카드사는 신한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하나카드, BC카드 등 5개사다. 우리카드와 롯데카드도 곧 시작할 예정이다. 삼성카드만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발목이 잡혀 아직 심사조차 못 받고 있다.
카드사들은 신한플레이, KB페이, 페이북 등 각 카드사의 간편결제 플랫폼(앱카드)이나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소비 관리나 자산조회, 금융상품 추천, 투자 정보, 대출 중개, 신용 관리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금융그룹 차원에서 만든 공동 브랜드인 ‘하나합’을 출시했다. 현대카드는 앱 내에서 2곳의 신용평가사(NICE평가정보·KCB)가 제공하는 2종의 신용점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카드사들은 그러나 ‘카드 상품 추천 서비스’에서 각 사의 상품만 제한적으로 소개할 수밖에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가 불만이다. 경쟁사인 핀테크 업체들은 카드사들과의 ‘제휴모집인’ 계약을 통해 카드사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카드를 고객들에게 추천하고 있어서다. 카드사들도 카드사 간 제휴모집인 계약을 통해 타 카드사 상품도 추천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의 흥행 핵심은 사업 초기에 얼마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세워 금융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느냐인데, 각 사의 상품만 추천할 수 있다면 기존 카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핀테크 업체와 비교해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절차상 카드사 간 제휴모집인 등록이 어렵지 않은 만큼,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를 풀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가 이달 시범 서비스에 돌입했다. 증권사들은 코로나19 이후 ‘동학 개미’들의 직접 투자가 급증한 만큼 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투자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아직 많은 수의 증권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 4개사는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려고 경쟁 중이다.
다만 증권사들이 내놓은 마이데이터 서비스 내용이 투자 진단 보고서나 금융 솔루션 등 기존 핀테크 업체들이 내놓은 서비스와 별반 다르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주식 투자 열풍이 뜨거워지면서 자산이 은행에서 증권으로 많이 옮겨가는 추세인 만큼, 투자자산 관리 서비스를 놓고 앞으로 차별화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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