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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대장동’… 李도 尹도 “특검” 외쳤지만, 속내는 복잡

, 대선

입력 : 2021-12-11 09:00:00 수정 : 2021-12-11 09: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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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기 前 성남도개공 본부장 극단 선택

뒷돈 2억·황무성 사퇴 종용 의혹
영장 심사 앞두고 숨진채 발견돼
지지부진하던 특검론 다시 탄력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일산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10분쯤 유 전 본부장이 유서를 남기고 사라졌다는 가족의 신고가 접수됐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오전 7시 40분쯤 인근 아파트단지 화단에서 숨져 있는 유 전 본부장을 발견했다. 뉴스1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뒷돈 2억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66·포천도시공사 사장)이 1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강 상태에 접어들던 대장동 이슈가 또다시 정국의 핵으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면서 지지부진하던 대장동 특검론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이날 특검 도입에 재차 찬성하며 대장동 의혹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향후 특검 여부와 수사 결과 등에 따라 대선 판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권은 이날 유 전 본부장 사망이 대선 정국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후보는 이날 유 전 본부장 사망에 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현장을 떴다. 그러나 이후 이 후보 선대위가 배포한 자료를 통해 “유 전 본부장의 명복을 빈다. 고인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비통한 심정”이라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유 전 본부장의 급작스런 사망이 최근의 지지율 상승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대장동 사태 연루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야권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애도를 표한다. 이 후보 측에서 하실 이야기가 많지 않겠느냐”며 “특검을 하자는 이야기는 진작에 꺼냈고 민주당은 (특검)법안 자체를 올리지 않고 있다. 정치쇼를 할 게 아니라 당장이라도 합의를 하자”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도 페이스북에 “설계자 1번 플레이어를 두고 주변만 탈탈 터니 이런 거 아니겠느냐”며 이 후보를 겨냥했다.

 

지난 6월 9일 포천시의회 정례회에 참석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모습. 포천시의회 유튜브 캡쳐

경기 일산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40분쯤 고양시 일산서구 한 아파트단지 화단에서 유 전 본부장이 추락해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한 결과 유 전 본부장은 오전 2시쯤 자택인 아파트 단지를 도보로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어 오전 2시 55분쯤 자택에서 200여 떨어진 아파트 11층에 올라가 약 15분 뒤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들은 유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포천도시공사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숨지기 전날 비서에게 사직서를 맡겼다. 회사 관계자는 “(유 사장이) 정상적으로 출퇴근해 업무를 수행했으며 별다른 이상징후는 없었다”고 전했다. 유 전 본부장은 오는 14일 법원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돼 있었다.

 

◆李도 尹도 “대장동 특검”… 방식·대상 놓고는 속내 복잡

여야는 10일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향후 정국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장동 특검’ 도입을 둘러싼 속내는 복잡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측 선거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유 전 본부장 사망에 대한 긴급 상황 파악 및 대응 여부를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이 후보 측은 이제 좀 잠잠하나 싶던 ‘대장동 이슈’가 유 전 본부장 사망을 계기로 다시 불붙을까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경주 표암재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정말 성역 없이 필요한 부분을 다 (수사)했으면 좋겠다”면서 특검 도입을 재차 주장했다. 그는 “몸통은 그대로 놔두고 수천억원의 돈이 어디로 갔는지 그런 것을 왜 제대로 조사를 안 하고 엉뚱한 데를 자꾸 건드려서 이런 참혹한 결과를 만들어내느냐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특검 도입에 대한 복잡한 속내가 읽힌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특검 도입에 대한) 거부 명분을 찾기 쉽지 않다”며 “당 지도부도 특검 도입을 놓고 고심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우리 입장에서는 검찰이 조속히 수사를 마무리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라고 아쉬워하며 “특검 수사 대상과 누굴 임명할건지를 놓고 지루한 협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가 고발사주 건, 부산저축은행 사건까지 좋으니 협상이라도 해보자고 했지만, 민주당에선 ‘내부 조율이 필요하다’며 시간을 달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며 “아직 (협상) 약속이 잡힌 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고발사주 건과 대장동사건에 대한 ‘쌍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정의당 배진교·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를 탓하며 특검 도입을 유야무야시키고 있다”면서 “특검 도입이 합의되지 않는다면 다음주 초 법무부 장관을 직접 만나 상설특검을 도입할 것을 공식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연합뉴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던 검찰은 “이번 불행한 일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뇌물 혐의로 유 전 본부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황무성 초대 성남도개공 사장 사직 강요 의혹 등 윗선 수사를 본격화하려 했던 검찰은 수사 틀을 새로 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 10월 공개된 녹취록에서 유 전 본부장은 황 전 사장에게 사직을 강요하며 ‘시장님’과 ‘정 실장’을 각각 7, 8차례 언급했다. 유 전 본부장은 앞서 구속기소 된 유동규 전 본부장에 이어 공사 내 2인자 ‘유투’로 불렸다고도 전해진다. 그는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와 정영학 회계사(〃 5호 소유주) 등으로부터 뇌물 2억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오는 14일 구속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일단 검찰은 숨진 유 전 본부장에게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유 전 본부장 진술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사직 강요 의혹 역시 이대로 종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법조계에선 윗선에 대한 검찰 수사 의지도 부족한 데다 악재까지 겹치며 윗선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곽은산 기자, 고양=오상도 기자. 김현우·이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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