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고립, 정보격차로 인한 분열 우려도”

영국 일간 가디언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일상 속에 자리잡은 한국의 ‘언택트’ 문화를 조명했다. 가디언은 “언택트는 한국의 잠재적인 경제 엔진”이라며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사회적 고립과 정보격차로 인한 분열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평가했다.
9일(현지시간) 가디언은 한국의 언택트 문화에 대해 “사회에서 인간 상호 작용을 제거해 경제 성장 촉진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정책”이라며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속도를 냈으며 의료, 사업,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반에 걸쳐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매체는 “일상 속에서 언택트가 가져오는 작은 변화가 점점 눈에 띄고 있다”며 로봇이 운영하는 카페, 로봇 팔로 조리하는 치킨집, 병원에서 5G 네트워크 서비스로 구동하는 소독 로봇, 키오스크를 통해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언택트폰 매장’ 등의 예시를 들었다.
이어 사업 뿐 뿐 아니라 공공서비스도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공무원 아바타가 민원을 해결하는 서울시의 ‘메타버스’ 구축 계획도 언급했다. 일부 지자체는 코로나19 자가 격리자의 건강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인공지능(AI) 호출 봇을 출시하기도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매체는 “한국에서 언택트는 유행어가 아니라 국가의 잠재적 경제 엔진”이라며 “이 정책은 매우 진지한 것으로, 중소벤처기업부는 2025년까지 1200개 언택트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9조원을 ‘언택트 성장 펀드’에 투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언택트 기업이 대면 기업보다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에서 더 큰 성장 효과를 보였다”며 “한국은 매우 강력한 통신 인프라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많은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체는 ‘언택트’ 문화의 부작용도 짚었다. 우리 정부는 최근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서 오는 우울증)’ 디지털 치료 플랫폼 개발을 위해 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가디언은 이에 대해 “기존에도 문제였던 노년층의 우울감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더욱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키오스크에서 할아버지의 식사 주문을 도와야 했다는 한 시민의 일화도 전하며 “정보 격차로 인한 사회적 균열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가디언은 언택트가 사회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언택트 미래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최종렬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가디언에 “언택트 사회 발전에는 이점이 있지만, 사회적 연대를 위협하고 개인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핵심은 언택트 사회의 사회적, 윤리적 의미를 이해하고 사회적 연대를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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