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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아버지, ‘희귀병 아들’ 위해 치료약 독학으로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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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29 18:18:19 수정 : 2021-11-29 18: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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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 웨이, ‘멘케스 증후군’ 2살 아들 위해 ‘구리 히스타딘’ 제조
中서 약물 구하지 못해…집에 실험실 꾸리고 거듭 연구 실시
인터넷서 논문 600편 독파…아들 살리려 6주만에 약물 제작
아버지 “살리든 죽는걸 지켜보든 선택지 없어 약물 만들어”
지난 10월 20일 거실에서 2살배기 아들 쉬 하오양을 안고 있는 쉬 웨이의 모습. 대기원시보 캡쳐화면

 

중국에서 희귀병을 앓는 아들을 위해 치료약을 독학으로 만든 아버지의 소식이 전해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젊은 아버지는 어린 아들을 위해 집에 실험실을 갖추고 구하기 어려운 약을 직접 만들었고, 이 약이 아들의 희귀병에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지난 28일 중국 대기원 등 외신은 아들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집에 실험실까지 갖추고 병을 연구한 윈난성 쿤밍시에 사는 쉬 웨이(30)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의 2살배기 아들 하오양은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멘케스 증후군’(Menkes syndrome)을 앓고 있었다. 멘케스 증후군은 남성에게만 나타나는 희귀 유전질환으로, 구리를 흡수하지 못해 발생한다. 이 질환은 윤기 없이 꼬인 모발과 특이한 얼굴 모양, 발육 지연 및 퇴행성 신경장애가 주 증상이다.

 

멘케스 병은 생후 2~3개월 사이 발병하며, 환자는 대개 3세 이전 사망한다. 이 병은 조기 대처로 신경학적 증상이 생기는 것은 막을 수는 있지만, 확실한 치료제는 없다. 먹는 약이나 주사제로 ‘구리 히스티딘’ 성분을 투약하는 게 최선인데,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생명을 연장하는 것뿐이다.

 

쉬의 아들이 희귀 질환 진단을 받은 건 생후 6개월 때였다. 하지만 중국에선 구리-히스티딘을 구할 수 없어 치료에 애를 먹었다.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코로나19 국경 봉쇄에 부딪혔다. 그 사이 아들의 병세는 점점 악화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던 아버지는 아들을 살리고자 직접 약물을 제조하기에 이르렀다.

 

쉬 웨이는 지난해 집 한쪽 작은 다용도실을 실험실로 개조해서 그곳에서 하오양의 치료약을 만들었다. 그는 장비와 원료를 구해와 연구에 돌입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600편에 달하는 관련 논문을 찾아 읽고 또 읽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손에서 놓은 영어를 해석하려 번역기까지 동원했다. 그의 가족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만류했지만, 죽어가는 아들을 가만히 볼 수 없던 아버지에게는 그 방법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지난 10월 20일 쉬 웨이가 아들을 위해 집에 만든 실험실에서 약물을 개발 중이다. 대기원시보 캡쳐.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쉬 웨이는 아들 하오양을 살릴 치료약을 완성했다. 연구 시작 6주 만의 일이었다. 그는 완성된 약을 먼저 토끼에게 먹여 안전성을 확인한 후 복용량을 차츰 늘리는 방식으로 아들에게도 약물을 투여했다.

 

놀랍게도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치료 시작 2주 만에 아들의 병세는 호전됐다. 혈청 구리 농도도 정상을 회복했다.

 

쉬 웨이는 “아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뭐든 해야 했다. 내겐 선택지가 없었다”면서 “위험을 감수하고 약을 먹이든, 이대로 아들이 죽는 걸 지켜보든 둘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의 사연이 전해지자 같은 처지의 부모들 연락이 쇄도했지만, 쉬 웨이는 “규정상 한계가 있다. 내 아이만 책임지겠다”며 어렵게 부탁을 거절했다.

 

실제로 현지에서는 그의 사례 이후 약물 제조 자격 문제와 등 법적 규제 논의가 일었다. 어떤 약물이든 관계 당국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서다. 

 

쉬 웨이는 일단 ‘약물’이 아닌 ‘화합물’을 제조한 것이란 주장으로 법망을 벗어났다. 

 

이와 관련해 윈난성 의약품관리국 관계자도 “의약품이 아닌 경우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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