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급성 심부전·패혈증 등…김대중, ‘다발성 장기부전’
순환계 질환, 규칙적 운동하고 음주·불규칙 생활습관 금지
전두환 전 대통령, 혈액암 일종 ‘다발성 골수종’의 악화로
노태우 전 대통령, ‘다계통 위축증’ 투병에 여러 질병 앓아

역대 한국 대통령들의 사인과 관련된 가장 흔한 질병군은 순환계 질환인 것으로 나타났다.
순환계 질환은 혈액 순환과 관련된 질환으로 심장병, 고혈압, 동맥경화 등 심혈관 질환이 대부분이다.
현재까지 사망한 전직 대통령 9명 중 박정희․노무현 전 대통령 등 자연사하지 않은 대통령과 ‘노환’ 외에 사인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이승만․윤보선 전 대통령을 제외한 5명 중 최규하․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순환계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규하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급성 심부전’으로 사망했다. 이 질환은 갑작스럽게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급성심부전의 가장 흔하고 중요한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심장에서 혈액을 제대로 짜내지 못하기 때문에 피로감과 운동능력 저하가 나타나 계단을 오르기만 해도 과도하게 숨이 찬다.
‘심장 발작’이 원인이라면 지속적이고 심한 통증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폐색전증’ 때문이라면 피가 섞인 가래와 함께 기침을 하고 숨을 들이쉴 때 날카로운 흉통이 생기기도 한다.
만일 급성 심부전을 내버려 두면 저혈압 상태에서 쇼크를 일으켜 사망할 수도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인 중 다른 하나는 ‘패혈증’으로 알려져 있다. 패혈증은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폐렴균이나 독소가 혈관에 들어가 온몸에 급성 염증이 일어난 상태다. 고열과 백혈구 증가, 저혈압 등 전신 반응이 나타나며,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중추가 되는 장기가 제 기능을 못 하는 ‘다발성 장기부전’의 원인이 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폐색전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폐색전증은 폐동맥에 피 찌꺼기나 다른 이물질이 생겨 막힌 상태를 말한다. 고령이면서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어려운 노인이 주 위험군이다.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이나 각혈, 흉통, 어지러움, 쇼크로 인한 실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순환계 질환을 예방하려면 심장 기능이 건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주일에 30분씩 5일간 걷기 운동을 하고, 과도한 음주와 불규칙한 생활 습관은 피하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얼마전 세상을 떠난 전두환 전 대통령은 혈액암, 노태우 전 대통령은 신경계 질환이 사인이었다.

전 전 대통령이 앓은 ‘다발성 골수종’은 혈액의 구성물질 중 하나인 형질세포에서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뼈 통증으로, 형질세포가 혈액을 만드는 골수를 침범해 뼈를 약화하고 통증을 일으킨다. 이와 함께 뼈를 구성하는 주요 물질인 칼슘이 혈액에 과하게 녹아들면서 탈수와 피로 증상이 자주 나타나며, 심할 경우 의식 저하로 이어진다.
노 전 대통령은 소뇌 기능 저하에 관련된 증상이 많은 ‘다계통 위축증’으로 장기간 투병했다. 이 질환은 여러 신경계를 침범하는 질환을 통칭하는 용어다. 소뇌 기능이 악화하면서 평형감각이 떨어져 보행 장애가 발생할 수 있고 말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구음 장애도 동반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다계통 위축증으로 투병하며 반복적인 폐렴과 급성 세균 감염증의 일종인 봉와직염을 앓았고, 심부정맥 혈전증도 겹쳤다. 약 20년간 누워서 지내는 상태로 지낸 것으로 알려진 것만큼 여러 합병증이 겹친 ‘지병’으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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