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 중범죄 변론 맡을 수밖에…사과 드린다”

김재연 진보당(통합진보당의 후신) 대선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과거 ‘모녀 살인 사건’ 중범죄를 저지른 조카를 변호한 것에 대해 사과하며 해당 사건을 ‘일가(一家) 중 한 사람이 과거 저지른 데이트폭력 중범죄’라고 언급한 것 관련해 “살인범에 대해 ‘심신미약 감형’을 주장했던 변호인이 15년 만에 내놓은 발언이 이 정도라니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25일 페이스북에 “(이 후보의 조카는) 마트에서 33㎝ 부엌칼과 투명 테이프 5개를 구매한 뒤, 과거 교제했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여성과 그의 모친의 손을 테이프로 묶고 칼로 37회 찔러 살해한 행위를 ‘데이트폭력’이라고 불렀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 후보는 “유엔이 정한 ‘여성폭력추방의 날’에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로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것이라면, 더욱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살인과 폭력에 ‘데이트폭력’이라는 낭만적인 단어를 갖다 붙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땐 피할 수 없었다, 내게도 아픈 과거라고 변명하는 태도로는 폭력에 희생되고 있는 수많은 여성을 위로할 수 없다”고 이 후보를 비판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어젯밤 양주시에서 최근에 발생한 데이트폭력 피해자 유가족과 간담회를 가졌다. 창졸간에 가버린 외동딸을 가슴에 묻은 두 분 부모님의 고통을 헤아릴 길이 없었다”면서 “데이트폭력은 모두를 망가뜨리는 중대범죄. 피해예방, 피해자 보호, 가중처벌 등 여성안전을 위한 특별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게도 아픈 과거가 있어 더욱 마음 무거운 자리였다.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과거 조카 범죄에 변호사로 나선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이미 정치인이 된 후여서 많이 망설여졌지만, 회피가 쉽지 않았다. 그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이 후보가 거론한 ‘일가 중 일인의 데이트폭력 중범죄’는 2006년 5월 서울 강동구에서 벌어진 모녀 살인사건이다. 당시 이 후보 조카 김씨는 헤어진 전 여자친구 A씨가 살던 암사동 집을 찾아가, 준비해온 흉기로 A씨와 그의 어머니를 각각 19회, 18회씩 찔러 살해했다. A씨의 부친은 사건 당시 5층에서 뛰어내려 중상을 입었다.
이 후보는 당시 이 사건의 1·2심 변호를 맡았는데, 당시 이 후보는 ‘충동 조절 능력 저하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며 감형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조카 김씨는 2007년 2월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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