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부터 모텔 숙식하며 허드렛일
모텔 CCTV에 폭행 당한 정황 담겨

지난 8월 충북 보은 속리산에서 실종됐다가 20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50대 지적장애인이 생전 머물며 일하던 모텔에서 학대와 금품 착취를 당한 정황이 확인됐다.
26일 충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숨진 지적장애인 A씨(50)가 기거하던 모텔의 업주 50대 B씨를 장애인복지법 위반, 횡령 등 혐의로 구속했다. B씨 배우자와 자녀도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를 데리고 있던 모텔 업주 B씨 등은 A씨 앞으로 나오는 장애인 연금과 기초생활급여 수천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모텔 내 허드렛일을 시키고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속리산 국립공원 인근 한 모텔에서 장기 투숙하며 일해 온 A씨는 지난 7월30일 오후 7시쯤 속리산 법주사에서 열린 미디어아트쇼 ‘빛의 향연’을 보러 간다고 모텔을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그는 실종 20일이 지난 8월19일 오전 11시20분쯤 속리산 묘봉 정상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실족사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모텔 폐쇄회로(CC)TV 저장 장치가 모두 삭제된 사실을 확인,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A씨가 실종되기 직전 두 달 치 영상을 확보했다. 이 영상에서 A씨가 B씨 등으로부터 폭행당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은 B씨가 A씨의 장애인 연금과 기초생계급여 등 수천만원을 가로챈 정황도 확인했다.
경찰은 B씨 등을 상대로 한 여죄 조사를 마치는 대로 사건을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A씨는 어머니 소개를 통해 20년 전부터 해당 모텔에서 지내왔는데 업주가 3~4차례 바뀌는 동안에도 A씨는 이 모텔에 숙식하면서 허드렛일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를 모텔에 소개한 어머니는 수년 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형제도 있으나 A씨를 돌볼 형편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숨지기 전 우울증 증세로 병원 치료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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