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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법’ 위헌…“애초부터 과잉 입법” VS “음주운전 경각심 떨어뜨릴 것”

입력 : 2021-11-26 07:00:00 수정 : 2021-11-29 23: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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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측 “현행 규정 미비점 보완, 음주운전 재범 처벌 규정 정비하겠다”

헌법재판소가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될 경우 징역·벌금형으로 가중 처벌하게 한 도로교통법(일명 윤창호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25일 결정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헌재는 이날 윤창호법상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 부분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보는 이들은 국민 법 감정에 안 맞는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점 엄격해져 왔고 처벌 강화에 대한 공감대도 또렷하게 형성돼 있는데 헌재 결정은 이런 흐름에 반한다는 것이다.

 

박무혁 도로교통관리공단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 통화에서 "입법 초기 국민의 요구가 반영돼 만들어진 결과물이고, 헌법기관인 국회에서 제정한 건데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이렇게 판단한 게 과연 국민 법 감정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 논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음주운전과 관련한 법정형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로 법원 선고를 보면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일반 교통 범죄에 준해 고의보다 과실이라고 판단해서 약한 처벌이 나온다. 국민들은 법 감정과 전혀 다르게 판결이 나온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법원에서 음주운전과 관련해 최소한의 양형 기준을 국민 눈높이에 맞춰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면서 "기존 법률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윤창호법에 준해서 효과를 발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입법 초기부터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도 있었던 만큼 이날 헌재 판단은 예상된 바였다는 견해도 있다.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영미법은 삼진아웃제를 인정하는데 우리나라는 대륙법 성격이 강한데도 '2진 아웃'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과잉 입법이라 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연구위원은 "음주운전이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경합이 되는데, 특례법이 우선하기 때문에 실제로 중형은 나오지 않는다"며 "또 윤창호법은 알코올 농도에 따라 중하게 처벌하고, 농도가 미약해도 중하게 처벌한다. 미약한 책임에도 중하게 처벌하니 그 자체로 문제가 있기는 하다"고 지적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도 헌재 판단에 공감을 표하면서 "다시 원칙으로 돌아가서 운전면허제도라든지 교통법규 단속이라든지 시스템에서 문제를 막는 방식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며 음주운전 방지 대책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최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속 음주운전 특별단속에 한창인 경찰은 아직 공식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경찰은 과거 윤창호법 입법 당시 국회 등에서 처벌 강화 의견을 낸 데 발맞춰 찬성 의견을 낸 바 있다.

 

경찰 측은 이날 헌재 판결을 상세하게 분석해 처벌 법규의 위헌 소지를 없애는 방향을 검토할 예정이다. 그 결과에 따라 단속과 행정처분 방식도 상당 부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측은 "판결을 존중하며, 현행 규정의 미비점을 보완해 음주운전 재범에 대한 처벌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헌재 결정은 2018년 12월 개정돼 지난해 6월 다시 바뀌기 전까지의 옛 도로교통법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이날 위헌으로 지적된 규정은 현행 도로교통법에도 그대로 남아있어 현행법에 대한 위헌 결정 가능성도 남아있다.

 

법조계에서도 위헌 조항으로 처벌받은 사람들이 재심 청구를 할 수 있고, 현행 조항으로 처벌받는 사람들의 헌법소원이 추가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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