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노력’ 해도 형편 어려우면 명문대 진학하지 못할 확률 최소 70%”

입력 : 2021-11-26 07:00:00 수정 : 2021-11-26 10:49:4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타고난 잠재력, 노력에도 기회 불평등…명문대 진학 실패 확률 최소 70%”
뉴시스

뛰어난 잠재력을 바탕으로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가정 형편이 어려울 경우 의과대학과 '스카이'(SKY)로 불리는 서울대학교·연세대학교·고려대학교 등 명문 대학에 진학하지 못할 확률이 70%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5일 내놓은 '조세 재정 브리프 - 대학 입학 성과에 나타난 교육 기회 불평등과 대입 전형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기회 불평등은 지난 20여년 동안 급속히 나빠졌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주 교수는 사회 계층 간 진학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대학을 5~1점 5단계로 구분했다. ▲의대·치과대학·한의과대학·약학대학·수의과대학 및 상위 5개 대학(5점) ▲5점 대학을 제외한 상위 10개 대학(4점) ▲5·4점을 제외한 상위 39개 대학 및 교육대학(3점) 등이다.

 

▲부모의 교육 수준 ▲가구의 소득 수준 ▲이 두 정보를 주성분 분석으로 가중합해 얻은 주성분 분석 가구 환경 지수를 바탕으로 가구 환경을 '고' '중' '저'로 3등분했다. 출신 지역에 따른 기회 불평등도 또한 측정하기 위해 '수도권' '광역시' '기타 시·군·구'로 나눠 구분했다.

 

그 결과 2000년대 초반부터 2011년까지 가구 환경과 대학 입학 성과 간 기회 불평등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5점 등 최상위권 대학 진학의 경우 기회 불평등도의 절댓값이 2010년 전후로 0.7에 이를 정도로 높다.

 

주 교수는 "이는 소위 명문대 진학에서 계층 간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이라면서 "타고난 잠재력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회 불평등 때문에 명문대 진학에 실패할 확률이 낮아도 70%에 이른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대학 입학 전형별로 보면 수시의 기회 불평등도가 정시 대비 뚜렷하게 높다. "수시가 정시보다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뒷받침하는 결과라는 것이 주 교수의 설명이다. 다만 2010년 이후로는 수시-정시 간 기회 불평등도의 격차가 크지 않다. 이는 정시 선발 인원이 계속 감소한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에서 기회 불평등도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최상위권 대학 진학만을 고려하는 경우에는 수시 전형에서 지역 간 기회 불평등도가 높게 나타났다.

 

'지역 균형 선발'과 같이 사회·경제적 영향이 적은 대학 입학 전형을 최상위권 대학 중심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주 교수는 "학생의 사회·경제적 환경 정보를 반영해 계층 간 평등한 입학 기회를 보장하거나 취약 환경을 우대하는 영국의 '배경 고려 선발' 제도(Contextual Admission Policy), 미국의 '적극적 차별 철폐' 조치(Affirmative Action) 등이 최상위권 대학에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