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외부 인재들을 영입한 뒤 일정 기간의 검증을 거쳐, CEO로 파격 발탁하는 추세가 공식처럼 굳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80년대생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지난 17일 외부에서 영입한 81년생 최수연 책임리더를 CEO로 파격 발탁해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최수연 CEO 내정자는 지난 2005년 네이버(당시 NHN)에서 근무하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하버드 로스쿨 등을 거친 뒤 변호사로서, 지난 2019년에 경력으로 재입사했다. 재합류 이후 해외 투자와 인수합병의 법률 검토 등을 맡아오면서 이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아, 네이버 사상 최연소 CEO 타이틀도 달았다.
사실 이전에도 네이버는 한성숙 대표, 김상헌 전 대표 등 선임 시에도 초창기 창업 멤버 그룹이 아닌 외부 경력으로 입사한 이들에 대해 내부에서 일정 기간 동안 검증을 거쳐 CEO로 발탁한 바 있다. 이번 최수연 내정자 발탁 시에는 ‘80년대생’이란 키워드가 더해졌다.
이보다 앞서 배틀그라운드 신화로 잘 알려진 크래프톤은 창업 초기 회사를 이끌었던 장병규 의장과 김강석 대표는 더 큰 성장을 위한 바통을 사업적으로 검증된 김창한 대표에 과감히 넘겼다.
지난 2020년 선임된 김창한 대표는 지난 2015년에 인수한 회사 펍지를 이끌다 크래프톤에 합류해 배틀그라운드의 실질적 성공을 이끈 인물로, 크래프톤은 실력을 갖춘 70년대생 김창한 대표를 발탁했다.
사실 주요 플랫폼 기업들 사이에서 이러한 ‘외부 영입 → 내부 검증 → 주요 요직 발탁’의 공식은 이미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그 대상이 70년대생에서 80년대생으로 더 젊어지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015년 80년 생인 임지훈 전 대표를 파격 발탁한 바 있다. 임 전 대표는 김범수 의장이 2012년에 설립한 벤처캐피탈 케이큐브벤처스에 대표로 선임된 이후, 3년뒤인 2015년에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으로 덩치가 커진 카카오의 새로운 수장으로 발탁됐다. 현재는 사업방향의 변화와 함께 대표가 교체됐으나, 당시에는 파격 인사로 회자됐다.
플랫폼 기업뿐 아니라, 최근에는 주요 일반 기업들에서도 ‘80년대생’ 키워드는 부상하고 있다.
국내 시가총액 50위 내 기업의 지난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80년대생 임원은 5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1명에 비해 1년새 60%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들이 공채 대신 수시 채용을 선호하고 있고, 자연스레 연공서열의 개념이 무너지고, 외부 인재를 수시 영입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과거보다 젊은 임원의 등장 가능성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이러한 현상은 변화가 빠른 플랫폼들 기업의 경우에 임원 직급뿐만 아니라 CEO 발탁 과정에도 나타나고 있다.
비창업자 출신이 내부 검증을 거쳐 발탁된 80년대생 CEO는 네이버 뿐만 아니라 소위 대세 기업인 무신사가 먼저다. 무신사는 지난 6월에 조만호 창업자가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경영을 위해 대표자리에서 물러나며, 외부에서 영입해 지난 수년간 검증을 거친 80년대생의 강정구, 한문일 공동대표를 선임했다.
강정구 대표(81년)는 지난 2017년부터 무신사의 프로덕트 부문을 총괄하며, 스토어 개발, 기획, 디자인 등을 맡아 플랫폼 고도화에 기여했으며, 한문일 대표(88년)는 지난 2018년 무신사에 합류 이후 성장전략본부를 이끌며 외부 투자유치, 신사업 개발 등의 사업적 성과를 인정받아 발탁됐다. MZ 세대를 가장 잘 아는 이 기업의 CEO는 모두 80년대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부 인재를 수시로 채용하는 트렌드 속에서, 내부 검증을 거친 인력 가운데 임원을 포함해 CEO로 발탁하는 사례는 주요 플랫폼 기업들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레 자리잡아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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