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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릉 뷰 아파트 "무허가" vs "아니다"… 애꿎은 예비입주자만 속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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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25 06:00:00 수정 : 2021-11-25 08: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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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시 장릉(사적 제202호)을 내려다보는 이른바 ‘왕릉 뷰’ 아파트 건설 논란이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화재 당국은 막판 공정에 급히 제동을 걸어 건축이 이뤄지기 이전 상태로 원상복구까지 주장하고,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앞서 현상변경 등 필요 절차를 모두 마쳤다는 인천 지자체 간 갈등이 더욱 깊어져만 간다.

 

문화재청이 올해 7월 22일과 9월 6일 두 차례의 공사 중지 명령에 따라 대광이엔씨 9개 동 735가구, 제이에스글로벌(시공 금성백조) 3개 동 244가구를 각각 짓는 공사장은 모든 설비를 멈춰 세웠다. 다만 대방건설(7개 동, 394가구) 사업장은 법원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을 통해 구사일생으로 화를 면했다.

 

이처럼 공공기관에서 네 탓 공방에만 열을 올리는 동안 이사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수분양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만일의 상황에 예고됐던 내집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입주예정자들은 분통을 터트린다. 일각에서는 애꿎은 선의의 피해자 발생을 우려하는 의견도 많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다.

 

◆“무허가” vs “아니다”

 

24일 인천 서구에 따르면 최근 ‘장릉 앞 검단아파트 공사 중지’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 문화재청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구 측은 “2014년 8월 당시 사업시행자인 인천도시공사가 현상변경 등 허가를 완료했다. 이를 적법하게 승계받은 건설사가 아파트 건축을 진행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문화재보호법 제81조 제1항을 근거로 2017년 강화된 고시를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서구는 이 법에서 “현상변경 등 허가는 대물적 허가로 승계 가능한 것이고, 법 제81조도 같은 취지에서 ‘권리·의무의 승계’를 규정한다”고 조목조목 짚었다. 이어 “그럼에도 2017년 1월 문화재청 고시의 규제 내용을 적용해 다시 허가받게 하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와 소급효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2017년 개정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 반경 500m 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아파트를 지으면 심의를 받도록 했다. 또 장릉은 문화재청장이 건축물 최고 높이 20m 이상의 건축물에 개별 심의한다고 고시한 바 있다. 논란이 된 아파트 3개 단지는 심의도 받지 않아 관련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이처럼 기초지자체인 서구가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건 이곳 신도시 아파트 사업계획을 과거 승인했던 관할 구청이기 때문이다. 행정 절차상로 하자로 판명될 경우 분양자는 물론이고 거센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게 뻔하다. 관할 경찰도 문화재청의 고발과 관련해 지난달 19일 서구청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선 바 있다.

 

특히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허가없이 올라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합니다’란 글의 답변에서 “해당 구역에서 20m 이상의 건물을 지으려면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나 해당 건축물은 허가를 받지 않았다”라고 적었다. 사실상 ‘무허가 아파트’로 명시하며 서구청에 근본적 책임을 돌린 셈이다.

 

이같은 김 청장의 대응에 서구는 “무허가 아파트라는 표현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며 재차 적시하면서도 “불안과 걱정에 떨고 있는 입주예정자들의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시민 반발을 의식한 해명으로 마무리했다.

 

◆높이 4층 이하로… 58m 나무로 가리거나

 

문화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이번 신도시 아파트 안건에 대해 심의했으나 가부 결론을 내리지 않고 보류시켰다. 대방건설과 대광이엔씨, 제이에스글로벌 3개 회사가 장릉 역사문화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마련한 자체 개선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다. 3곳은 아파트 높이는 손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채 외벽 색생과 마감 재질 변경, 육각정자 같은 옥외구조물 추가 등의 내용만을 제출했다.

이런 와중에 ‘왕릉 뷰’ 아파트가 현행의 높이 기준을 맞추려면 최대 아파트의 21개층 철거가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실에 따르면,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이 아파트의 최고 높이 및 층수를 분석했다. 20m 높이와 김포 장릉이 위치한 산 능선, 인근 아파트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시뮬레이션 결과 문화재 심의 기준에 맞추려면 모두 4층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정리됐다. 다시 말해 건물을 자르거나 허물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와 별도로 최대 58m에 달하는 나무를 심어 아예 아파트를 가리는 방안도 제시됐는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도 이런 수목은 쉽게 구할 수 없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문화재위원회는 앞으로 별도 소위원회를 가동해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방법을 검토하기로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입주 예정자들과 달리 다수 시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문화유산을 잃을 수 없다는 공통된 의견을 앞세워 ‘안타깝지만 부숴라’고 촉구한다. 그러면서도 “이미 분양이 이뤄져 수분양자들에게 큰 피해가 갈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란 내심 불편한 속내도 드러냈다.

 

한편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의 무덤이다. 200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 중 하나다. 문제가 된 3400가구 규모의 검단아파트 단지는 내년 6~9월 입주를 목표로 꼭대기층(20~25층, 70∼80m 이상)까지 골조 공사가 이미 완료됐다. 장릉 능침에서 앞을 바라보면 풍수지리상 중요한 계양산이 보이지 않는다.


김포·인천=글·사진 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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