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DC "임신부 코로나19 감염, 사산율 높여"

국내에서 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후 사망한 사례가 처음 발생했다.
질병관리청은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및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백브리핑에서 "산모가 확진된 이후 조기 출산하면서 사산한 사례로, 사망한 태아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방대본에 따르면 산모는 임신 25주 차인 지난 18일 코로나19에 확진됐고, 26주 차인 22일 사산했다.
이후 사산아에 대한 검사가 진행돼서 코로나19 양성이 확인됐다.
30대인 이 산모는 확진 후 서울 지역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사산했으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태아의)감염 경로는 산모 체액 등으로 인한 오염인지 수직 감염인지는 구분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아는 것은 조산된 태아에서 코로나19 양성이 확인된 것이고, 아직 영향력 측정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의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며, 드문 사례이기 때문에 평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산모의 발열·호흡기 증상 등 상태, 기저질환 유무 등 정보에 대해 박 팀장은 "위중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조사 중인 부분도 있고, 부모님의 아픔을 배려해서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방대본은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4천116명, 사망자가 35명이라고 발표했으나 사망한 태아가 출생신고 전인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사례를 코로나19 확진 통계에서 배제하기로 하고 각 수치를 4천115명, 34명으로 정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 0∼9세 첫 코로나19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정정됐다.
박 팀장은 해외에서도 코로나19에 확진된 산모에게서 태어난 태아가 역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사산된 유사 사례 보고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최근 임신부의 코로나19 감염이 사산율을 높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9월까지 임산 사례 120만건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에 확진된 임신부의 사산율은 0.98%로,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임신부의 사산율인 0.64%보다 높았다.
지난 7월 델타 변이가 확산한 이후 코로나19 양성 임신부의 사산율은 2.70%로 더 올랐다. 코로나19에 확진되지 않은 임신부보다 사산 위험이 약 4배 증가한 셈이다.
CDC는 임신 중 코로나19에 확진되면 일반인보다 중증을 앓을 가능성이 높고, 유산, 조산, 사산의 위험도 증가한다며 임신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 3월 아일랜드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사산한 임신부 사례 4건이 태반 감염과 관련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달 임신부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미국, 영국 등이 참여한 연구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된 임신부의 조산 위험이 비확진 임신부와 비교해 59%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안내했다.
한편 이날 0시 기준으로 0∼9세와 10대에서 위중증 환자가 1명씩 파악된 것과 관련해 방대본은 "모두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된 사례로 확진 이후 재택치료 없이 의료기관에 입원해 치료 중"이라고 설명했다.
0∼9세 위중증 환자는 기저질환자이고, 10대 환자는 기저질환 유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며 접종 대상자(12∼17세)에 해당하지 않아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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