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 등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관련 의혹 수사에 수사력을 집중해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그간 지지부진했던 나머지 사건 수사에도 다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입건된 피의자 대부분이 현직 검사들이다 보니 공수처와 검찰의 갈등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는 형국이다.
24일 뉴시스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는 이 고검장을 수사해 재판에 넘긴 '수원지검 수사팀' 관계자들에게 예정된 대검찰청 등 압수수색에 참여할 것을 통지했다.
이 고검장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있으면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위법 출국금지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으로 지난 5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때 이 고검장의 공소장이 유출되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대검이 감찰에 착수했는데, 공수처도 여권 성향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의 고발을 토대로 공소장을 유출한 '성명불상의 검사'를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공수처는 지난 6개월간 이 공소장 유출 사건 수사에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대검의 감찰 상황 등이 고려되긴 했지만, 무엇보다 6월부터 본격화된 윤 전 총장 관련 의혹 수사에 수사력이 집중됐던 이유가 크다.
공수처는 이달까지 윤 전 총장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 '범여권 인사 고발사주 의혹', '판사사찰 문건 의혹' 등 수사에 가용 인력을 최대한 투입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이 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뿐만 아니라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왜곡·유출 의혹', '김학의 위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 등도 수사 착수 반년이 넘게 결론 내지 못하고 있다.
그간 '윤석열 수사처'라고 비난받아온 공수처로서는 그간 처리하지 못한 사건들을 올해 안에 최대한 처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검 압수수색도 이러한 차원에서 계획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과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공수처가 수원지검 수사팀 관계자들에게 대검 압수수색 예정 날짜를 특정해서 알려주고, 참여할 것을 통보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곧바로 반발이 일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입장문을 통해 "'이성윤 공소장 유출 사건' 관련 대검 진상조사 결과 수사팀은 무관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공수처가 '공소장 유출' 논란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수사팀 검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소장은 기소가 되면 자동으로 검찰 시스템에 업로드돼 검찰 구성원이면 누구나 열람할 수 있었던 것인데, 유독 수사팀 검사들만 대상으로 압수수색 하는 것은 표적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공수처장 등의 '허위 보도자료 작성 사건'을 수사한 데 대한 '보복수사'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라고 각을 세웠다.
이에 공수처는 곧바로 반박 입장문을 통해 "일부 언론이 이례적으로 특정 일자를 못박아 사전 공개한 압수수색은, 그대로 이행될지와 상관없이,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 적법하게 이행돼야 하고 또 그렇게 이뤄질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공수처는 공소장 유출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뿐만 아니라 공소장 작성·검토 등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관련자들에 대해 모두 수사 중인 상태"라며 "공수처 수사를 '표적수사'라고 규정한 전(前) 수사팀의 입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압수수색 관련 내용이 사전에 공개된 데 대해 당혹감과 유감도 표했다.
공수처와 검찰은 올 상반기 '기소권 유보부 이첩' 사건 이첩 문제 등으로 힘겨루기를 벌여오다가 최근 고발사주 의혹 수사 때 협조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공수처가 검사 관련 사건 수사에 다시 박차를 가하자 곧바로 충돌 양상으로 전개된 것이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 대부분 현직 검사를 피의자로 입건한 것들이다. 그렇다 보니 수사 진행 과정에서 공수처와 검찰의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김학의 위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서는 문홍성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전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전 법무부 검찰국장), 이현철 서울고검 검사(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배용원 서울북부지검장(전 안양지청 차장검사) 등 현직 검사 6명을 입건했다. 윤중천 면담보고서 왜곡·유출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 이규원 대전지검 부부장검사(공정거래위원회 파견)가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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