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전두환 죽었다고 끝나는 문제 아냐” 분통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23일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너무나 많은 인권침해에 대해 일말의 책임·사과·반성 없이 사망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24일 5·18 광주 민주화운동 피해자 70여 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민변은 사마천이 편찬한 ‘사기(史記)’ 중 “행실이 궤도에서 벗어나고 잔혹한 짓을 태연히 자행하는 악인은 죽을 때까지 즐기고, 그 자손들은 많은 유산으로 몇 대나 안락하게 사는 예는 근세에 수없이 이어진다. 그에 비해 바르지 않은 일을 아주 싫어하고 올곧게 대도를 걸어가던 인물들이 비운의 죽음을 맞은 예는 수없이 많다”는 문구를 인용해 전 전 대통령을 ‘악인’에 빗대고 생전의 행적을 비판했다.
민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 전 대통령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삼청교육대 등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일들에 중대한 책임이 있으면서도 끝내 사과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민변 관계자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신군부 세력의 군사 반란에 항거한 정당행위라는 평가는 이뤄졌지만 5·18 보상법이나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명예회복 등은 이뤄지지 않거나 미진한 것이 현실이라며 소송을 제기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지난 1990년 제정된 5·18 보상법(옛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은 제정 당시 보상금을 받은 사람은 ‘재판상 화해’ 효력이 생기는 것으로 간주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해당 보상에는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보고 손해배상 청구를 막는 조항에 위헌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도 지난 7월 5·18보상법에 따라 피해보상을 받은 관련자도 국가를 상대로 불법구금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피해자들의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졌다.
이날 회견에서는 5·18 피해자들이 직접 사건 당시를 증언하기도 했다. 당시 19살이던 A씨는 군인들을 보고 도망치다 잡혀 군인 5명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고 흉기에 찔렸다고 증언했다. A씨는 겨우 목숨을 건져 병원에 입원했지만 병원에서도 경찰들이 지하실로 데려가 조사를 했다고도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족들은 전 전 대통령이 끝내 사과 없이 사망한 데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 안모씨는 “전두환이 죽었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가족들이라도 장례를 치르기 전에 사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저 장례를 조용히 치르게 놔둘 수 없다”며 분노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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