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검열, 강압… 中의 무능한 대외 선전 사례 된 ‘펑솨이 미투 사건’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1-11-24 13:13:28 수정 : 2021-11-24 13:49:0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시진핑 “국제사회에서 존경스러운 中 이미지” 강조 물거품
자국 내서 쓰던 일방적·하향식 메시지 전달 외국에 안 먹혀
펑솨이 “자유롭다” 영상, ”강제 자백보다 더 두렵게 느껴”

‘펑솨이 미투 사건’이 중국의 무능한 대외 선전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신뢰감 있고, 존경스러운 중국의 이미지를 만들라”며 대외 선전을 강조했지만 펑솨이 사건에 대해 중국의 일방적이고 하향식 메시지 전달 방법은 국제사회의 공감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고위급 인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호소했다가 신변 이상 의혹에 휩싸인 테니스 스타 펑솨이 사건을 자국 내에서 하던 검열과 강압 등의 통제 방식으로 대응하다 국제 여론을 설득하기는커녕 악화시키고 있다고 24일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중국 정부는 펑솨이 실종설이 확산하자 중국 관영 언론들이 나서서 펑솨이가 건강하고,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계속 내놓고 있다.

 

중국이 자국 내에서 14억명의 생각을 통제하기 위해 써왔던 방법이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이 같은 방법이 먹히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를 설득하기 위해선 자국 내 방식이 아닌 ‘내러티브(사안에 대해 특정 관점에서 서술하는 것)’가 사실에 의해 뒷받침돼야 하고, 독립적으로 검증될 수 있어야 하지만 중국은 이 같은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내외 비판적인 언론과 주장을 제거하고 비판하는 데 혈안이 됐고, 국제사회에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중국 외교부는 그동안 펑솨이에 대한 질문을 “잘 모른다”며 회피하다 관련 보도 이면의 동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공격적인 외교 전술을 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지난 23일 “실종설 제기는 악의적인 선전으로 정치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 마셜펀드의 마레이크 올버그 연구원 “‘우리는 그녀가 괜찮다고 하는데 당신은 누군데 그렇게 말하느냐’는 식의 권력 과시용 메시지”라며 “그것은 설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힘을 위협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그동안 증언을 강요한 사례가 많아 펑솨이 사진이나 영상 공개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신장위구르 지역 소수 민족 탄압 등 인권 문제가 부각되자 중국은 ‘매우 자유롭고, 매우 행복하다’고 말하는 위구르족 동영상 수천개를 유튜브 등에 올렸다. 중국 지도자들의 사생활을 비판하는 책을 판매해 체포된 한 서점 매니저는 당국이 만족할만한 자백을 수십번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서방에서는 펑솨이가 자유롭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강제 자백보다 더 두렵게 느끼고 있다. 홍콩침례대 저널리즘 로즈 루추 교수는 “중국 안팎에서 그녀에 대한 보도가 다른 한 그녀는 자유롭게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펑솨이의 이름과 미투 사건이 중국 내 인터넷에선 검열의 대상이란 점 역시 신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공산당 최고 권력자 중 하나였던 장 전 부총리에 대한 비판은 공산당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보기 때문에 중국 관영 언론들은 국내에서 “펑솨이가 괜찮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한다. 내부적으로도 ‘펑솨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트위터 등에선 펑솨이 사건이 주목받고 있지만, 중국 대중은 이 논의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그나마 일부 중국인들은 펑솨이의 영어 약자 ‘PS’나,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의 이름 ‘가오리’가 한국 역사의 ‘고려’와 발음이 비슷해 펑솨이 사건을 ‘김치’로 지칭하며 얘기를 하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 후시진 편집인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선 얘기도 꺼내지 못하고 중국인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트위터 등에서만 펑솨이에 대한 여론몰이를 하는 실정이다.

 

결국 중국에 대한 전 세계적인 서사를 장악하라는 시 주석의 대외 선전에 대한 기대는 ‘펑솨이 사건’으로 물거품이 된 셈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