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밥, 라면, 빵 등 다른 식품 물가 이미 올라
원자재 가격 및 유가 상승으로 상승 추세 이어져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가 내달부터 제품 판매가격을 인상키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 및 해외 물류난에 따른 공급 비용 상승 등 경영 비용 증가에 따른 조치다. 이미 즉석밥과 라면, 치킨 가격 등 식품 물가가 줄줄이 오른 가운데 대표적인 외식 상품인 햄버거 가격마저 오르면서 서민 경제에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는 다음 달 1일부터 제품 판매가격을 평균 4.1% 인상한다고 24일 밝혔다. 버거류 16종, 세트류 17종, 치킨류 12종, 디저트류 8종, 음료류 10종의 가격이 제품당 평균 200원 정도 오른다.
구체적으로 불고기버거와 새우버거 단품은 3900원에서 4100원으로, 세트 메뉴는 5900원에서 6200원으로 인상된다.
롯데GRS는 이번 가격 인상이 최저임금 상승, 해외 물류난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 및 배달 플랫폼 수수료 인상 등 경영비용 증가에 따른 조처라고 설명했다. 롯데GRS 관계자는 “외부 환경위협에 따른 가맹점 수익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맹협의회와 협의해 이번 판매가 인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와 버거킹 측은 모두 “현재로선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 식품업계 전체가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만큼 향후 다른 업체들의 가격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실제 한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곳도 덩달아 제품 값을 올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식품 가격은 줄줄이 오르고 있다. 1, 2월에 햇반과 오뚜기밥 등 즉석밥의 가격이 7% 가량 올랐고,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빵 가격도 평균 5.6~9% 가량 뛰었다. 또 10월 라면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1.0% 올라 2009년 2월 이후 12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오뚜기와 농심, 삼양식품, 팔도 등 주요 라면 업체가 밀가루 등 원재료비 상승에 따라 줄줄이 출고가를 인상한 영향이다.
또 교촌치킨 운영사인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22일부터 제품 가격을 평균 8.1% 올린다고 밝혔다. 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아울러 동원F&B는 내달 1일부터 참치캔 제품 22종의 가격을 평균 6.4% 인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취를 하고 있는 직장인 이모(39)씨는 “마트에 가서 꼭 필요한 물품만 사도 금방 3~4만이 든다”면서 “외식비마저 대폭 올라 생활비를 아끼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식품 물가가 줄줄이 오르고 있는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 농산물 가격 상승이 이어진 데다 최근 유가마저 오르는 등 원자재 및 물류비용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 해외경제포커스 ‘국제원자재시장’ 동향에 따르면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발표한 10월 식품가격지수는 지난해 말 대비 22.6% 상승한 133.2로 나타났다. 2011년 7월 이후 10여년 만에 최고치다.
품목별로 보면 팜유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동남아 지역 팜유 생산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상승했고, 설탕 가격 상승은 브라질 가뭄으로 인한 사탕수수 작황 악화가 주요 원인이 됐다. 곡물가격도 캐나다, 미국 등 주요 밀 수출국의 수확량 감소로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미국이 유가 상승세를 꺾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지만 국제유가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2.28% 오른 배럴당 78.50달러로 장을 마쳤다. 또 런던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2.91% 상승한 배럴당 81.33달러를 기록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