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내 위계 따른 공간 구분 흔적
제사 등 국가의례에 활용 추정
市 “추가발굴 후 문화재지정 추진”

서기 600년대 백제와 신라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던 세종시 이성(李城·시 지정 기념물 제4호)에서 백제시대 12각 건물터가 최초로 확인됐다. 그동안 12각 건물터가 발견된 건 충남 공주시 공산성과 경기 하남시 이성산성 2곳인데, 모두 통일신라시대에 축조된 것이다. 백제시대 축조된 성에서 12각 건물터가 나온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세종시와 한성문화재연구원은 23일 전의면 신방리 세종 이성 발굴조사 현장에서 7세기 백제 시대에 세워진 다각다층(多角多層) 건물터가 국내에서 처음 온전한 형태로 확인됐다고 조사 성과를 공개했다. 시는 한성문화재연구원과 지난해 이성 시굴 조사에 이어 올해 6월부터는 이성 내 4단으로 이뤄진 평탄지와 주변 동벽 구간 발굴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중 유단식(有段式) 평탄지 1단에서 다각다층 건물터가 매우 양호한 상태로 발굴됐다. 1단 건물 구조로 중앙에 방형으로 초석 12개를 놓고, 외곽으로는 30도마다 각을 줘 내진, 중진, 외진까지 3열로 초석을 놓아 12각을 완성했다. 방형 중심부 바닥에는 열십(十)자 형태로 홈을 팠다.
이런 초석 배열 형태를 볼 때 건물은 2층 이상의 다층으로, 1층은 12각, 2층 이상은 네모반듯한 형태를 갖췄을 것으로 추정됐다. 백제시대 12각 다층 건물터는 국내에서는 아직 발견된 사례가 없으며, 이번이 거의 완벽하게 남아 있는 첫 사례라고 시는 설명했다.
백영종 한성문화재연구원 부원장은 “건물 형태는 12각에 최소 3층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백제 사비 건축물 자체가 기존에 다각건물이 나온 적이 없었고 대부분 공주 등 수도에서 다각 건물이 나오는데 지방에서 나온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유단식 평탄지 2단과 4단에서는 방형의 초석 건물지, 3단에서는 점토 저수시설이 배치된 것도 확인됐다. 이는 성내 위계에 따른 공간 구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성이 국가적인 의례 행위 공간으로 사용됐음을 말해준다고 시는 밝혔다.
동벽에서는 국내 고대산성 중 처음으로 내벽과 외벽을 함께 쌓는 협축(夾築)식 성벽 안쪽에 차수벽을 두고 다시 안쪽에 집수시설을 조성한 흔적이 발견됐다. 12각 건물터가 산성(山城)뿐 아니라 제사 등 국가의례와 관련된 성(城)에도 있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면서 역사문화적 연구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각 단 건물지에서는 개원통보(開元通寶)란 동전과 연화문 수막새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시는 내년 2차 발굴 등 연차별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앞으로 국가지정문화재 지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현구 세종시 관광문화재과장은 “체계적인 발굴조사를 통해 역사적 가치를 확인하고 복원·정비를 거쳐 시민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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