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장엔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
테이퍼링 돌입 통화정책 정상화
물가 안정·고용 증대 두 토끼 잡기
WSJ “고물가땐 매파로 축 옮겨야”

기록적 인플레이션과 역사적 고용난에 시달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제롬 파월 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유임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명으로 2018년 취임한 파월 의장의 교체 가능성도 점쳐졌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통화완화 정책을 중심으로 위기를 상대적으로 잘 극복했다고 평가받은 파월 의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경제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파월 의장을 유임하고 연준 부의장에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를 지명하는 성명을 통해 “나는 파월과 브레이너드가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며 최대 고용을 가져오는 데 초점을 맞춰 우리 경제를 전보다 더욱 강력하게 만들 것이라는 데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오후 연설에선 “우리 경제에 거대한 잠재력과 거대한 불확실성이 모두 놓인 이 시점에 연준의 안정성과 독립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2018년 취임 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금리인하 공개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기준금리를 2%대까지 끌어올리며 통화긴축 정책을 실시했다. 동시에 실업률을 50년 만에 최저치인 3.5%까지 끌어내리며 인플레 억제와 최대 고용 달성이라는 연준의 양대 목표를 충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후에는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동원해 ‘제로(0)금리 시대’를 열었다. 이달부터는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에 돌입하며 통화정책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공화당원이자 친시장 성향의 파월 의장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재무부 차관을 지냈다. 2011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연준 이사로 지명했다. 2018년 상원의원 100명 중 84명의 지지로 연준 의장 인준을 받은 만큼 이번에도 인준 절차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이 상원 인준을 받으면 내년 2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파월 의장은 고용난과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하면 근로자가 직장으로 복귀하고, 물가 역시 목표치인 2% 수준으로 안정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소비자물가가 6%대로 급등하며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자발적 퇴직자는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당장은 코로나19 이전으로의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물가 고공행진이 지속하면 통화긴축 정책 여부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고, 긴축정책에 따른 고용시장 위축도 감수해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 의장은 2기 때 매우 다른 경제 환경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물가상승률이 계속 높다면 경기침체와 정치적 역풍을 무릅쓰고라도 ‘비둘기파’(완화)에서 ‘매파’(긴축)로 축을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지속된 통화완화 정책으로 주식, 주택 등 자산가격이 급등하며 금융시스템이 위기에 취약한 구조에 놓였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미국 뉴욕증시는 파월 의장 연임에도 휘청거렸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7.27포인트(0.05%) 오른 3만5619.25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15.02포인트(0.32%) 내린 4682.9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02.68포인트(1.26%) 떨어진 1만5854.76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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