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말 진행한 신임경찰 교육
경찰학교 “개선 필요” 자체 진단
함께 출동 경위도 현장이탈 확인
비명 소리에 들어갔다 바로 나와
권총 소지 불구 가해자 제압 안해

최근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현장을 이탈해 논란이 된 A순경이 지난해 12월 받았던 신임경찰 교육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도 “현장과 실전성이 결여돼 있다”고 자체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순경과 함께 출동했던 B경위도 사건 현장을 이탈한 정황이 드러났다.
2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경찰학교는 올해 신임경찰 교육을 준비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진행한 신임경찰 교육 내용을 평가·분석했다. 이는 A순경이 소속된 기수 2274명이 현장 배치 전 받은 교육이다.
중앙경찰학교가 지난 9월 작성한 ‘신임경찰 교육 훈련 계획’ 자료를 보면, A순경 소속 기수 대상 교육 운영에 대해 “현장과 실전성이 결여돼 있다”며 “체포술·경찰장구 반복 체득화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당시 교육 대상자의 수용도와 반응에 대해서도 “삼단봉 수갑만 제한적으로 교육하고 권총 등은 평가사격 위주로 진행돼 현장 활용성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중앙경찰학교는 현장 경찰관 대부분이 신임경찰 교육에 대해 ‘현장 중심 교육’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도 했다. 올 상반기 현장 경찰관 75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만족도 조사에서 718명(95.4%)이 ‘향후 중앙경찰학교 신임교육은 현장 사례 중심 실습 교육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경찰은 이런 평가에 기반해 추후 진행된 신임경찰 교육 내용 중 현장 대응 훈련을 일부 강화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교육과정을 손볼 예정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전날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현장 경찰관 교육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중앙경찰학교와 함께 경찰대 등 일선 교육기관에서 현장 실습 위주로 교육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의원들도 이날 김 청장을 만나 경찰 내부의 실습과 훈련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편, 인천경찰청이 최근 대기발령 조치한 논현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A순경과 B경위를 상대로 감찰 조사를 한 결과 부실 대응 사례가 추가로 확인됐다.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사건 발생 직전 B경위는 빌라 밖에서 3층 주민인 신고자와 대화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각 A순경이 있는 자리에서 신고자의 부인과 딸이 진술서를 작성하던 중 흉기를 든 4층 주민 C씨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이때 A순경이 목에서 피를 흘리는 신고자의 부인 등 피해자를 내버려둔 채 1층으로 내려갔다. 당시 B경위는 비명을 듣고 빌라 3층으로 올라가는 신고자를 따라 내부로 진입했다가 황급히 내려오던 A순경과 함께 다시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경찰관 2명 모두 흉기난동 사건 현장을 이탈한 셈이다. 당시 B경위는 권총을, A순경은 테이저건을 각각 소지하고 있었지만 범인을 제압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난 것이다. 이들은 공동 현관문이 닫히는 바람에 다른 주민이 문을 열어준 뒤에야 빌라 내부로 다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B경위는 A순경과 마찬가지로 구급·경력 지원 요청 등을 이유로 현장을 이탈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논현서는 살인미수와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한 C씨에 대해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C씨는 지난 15일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해 여러 차례 아래층을 찾아가 행패를 부렸으며 지속적 괴롭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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