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파엔 ‘선동가’ 명명하며 비판
공식 선언 안 했지만 결심 선 듯
지지율 선두 불구 ‘30%’ 벽 못 넘어
중도노선이 표심 흔들지는 미지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내년 4월 대선을 4개월여 앞두고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대선 판도가 오른쪽으로 기운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노선이 유권자들 표심을 다시 한 번 파고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국 타임스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은 고향인 프랑스 북부 솜의 아미앵을 찾아 ‘프랑스 변혁을 완성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식의 주장을 하며 사실상 재선 운동을 시작했다. 다만 출마를 공식 선언한 건 아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반대파들을 ‘선동가’로 명명하는 한편 프랑스를 통합할 실용주의적 중도주의자 이미지를 부각하며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반대자들이 선동이란 세기의 병폐에 빠지고 있다”고 비난하며 “우리가 분열에 대해 논의하는 방식에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실용적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 함께 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난 5년간 정리해고를 3차례 당했다는 한 주민의 공격엔 “국가가 모든 걸 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타임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선거운동 핵심이 될 메시지를 예고했다”며 “그의 기업 친화적 개혁 의제 등 작업은 잘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완료하기 위해 또 다른 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7월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면서도 ‘마의 30%’ 벽은 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7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의 지지율은 24.2%로 조사됐다. 그의 뒤를 이어 극우 성향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와 프랑스의 트럼프라 불리는 시사평론가 에리크 제무르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제무르 역시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진 않았다.
중도우파 공화당(LR) 소속인 북부 광역지자체 오드프랑스의 그자비에 베르트랑 의장이 그 뒤를 쫓고 있다. 극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중도좌파 녹색당(EELV)의 야니크 자도, 중도좌파 사회당(PS) 소속인 안 이달고 파리시장 등 좌파 진영 후보들은 지지율 5∼10%대의 박스권에 갇혀 있다.
극우 주자들이 설정한 이민과 범죄란 프레임을 깨는 게 마크롱 대통령 앞에 놓인 최대 과제다. 지난해 프랑스 범죄 건수는 전년 대비 10% 증가했는데, 극우 진영에선 이를 이슬람 이민자들이 증가한 것과 연결 지어 반이민 정서를 부채질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정부의 조치나 정책에 대한 반대와 불만도 마크롱 대통령이 넘어야 할 산이다. 인구 40만의 카리브해 프랑스령 섬인 과들루프에선 의료진 백신 접종 의무화 등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방화에 약탈까지 발생해 휴교령이 내려졌고, 경찰은 폭력사태에 연루된 38명을 체포했다.
엘리트 이미지를 벗어나는 것도 마크롱 대통령의 과제라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노란 조끼’(Gilet Jaune) 시위라 불린 2018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당시 드러났듯, 엘리트 계층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적지 않다. 마크롱 대통령은 금융계 엘리트 출신이다.
이와 관련해 제무르는 마크롱 대통령을 공격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감염병(코로나19)을 적정 비율로 되돌려야 한다. 우리는 사람들의 공포를 이용했고, 처음부터 너무 멀리 와 버렸다”면서 정부의 방역정책을 비판했다. 르펜은 “제무르가 미디어를 독점한 방식은 정말 대단하다”면서 제무르에 대한 견제 심리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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