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반도체 자립화 잘 대응하면 기회”

권오현(69·사진) 삼성전자 상임고문(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 삼성전자가 반도체 기술력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미국에서 ‘찬밥 신세’를 당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권 고문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최근 발간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30년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권 고문은 반도체산업협회 제6대(2008∼2011) 협회장으로서 협회 특별 인터뷰에 참여했다.
권 고문은 “미국이 삼성전자나 TSMC를 반도체 회의에 초대하거나 미국 내 팹 투자를 주문하는 것은 삼성이나 TSMC의 기술 때문”이라며 “이들의 앞선 반도체 제조 능력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기술을 잃어버리면 찬밥 신세가 될 것”이라며 기술 리더십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고문은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국들의 ‘반도체 자립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반도체는 국제분업이 잘 이뤄져 왔고 우리나라는 반도체 제조기술이 강하다”며 “주요 국가에서 반도체 자립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런 분업화가 쉽게 흔들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이나 미국도 반도체를 직접 다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면 언제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고문은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에 대해서는 “시스템 반도체를 다품종·소량생산이라고 하지만 정의부터 잘못됐다”며 “시스템 반도체는 다품종·대량생산 비즈니스로,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해내기 어려운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개발 비용과 글로벌 시장 대응을 위해 큰 기업이 돼야 하는데, 국내 기업들은 소수를 제외하고 1000억∼2000억원 규모에 머물러 있다”며 “(정부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시스템 반도체를 육성하겠다고 접근하면 앞으로도 성공할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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