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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과 기술’로 도전… 해저케이블 글로벌 리더로 도약 [K브랜드 리포트]

입력 : 2021-11-24 01:00:00 수정 : 2021-11-23 20: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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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LS전선

2008년 후발주자로 나서 핵심설비 국산화
동해사업장 초고압용 등 쉴새없이 생산
대만·중동·유럽 등에 ‘맞춤형 케이블’ 수출

일괄수주계약 가능 ‘빅5’에 당당히 입성
신재생 에너지 투자 확대로 지속 성장세
2021년 3분기 영업익 2020년보다 60% 증가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 해저 케이블이 생산되어 선적되는 모습. LS전선 제공

전국 각지의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대부분 해당 지역에서 전부 소비되지 않는다. 전력은 육상의 경우 송전선이나 지중 케이블을 통해, 육지에서 떨어진 섬의 경우 해상 케이블을 통해 필요한 지역으로 보내진다. 최근 늘고 있는 해상 풍력발전소 등에서 생산된 전기도 해저 케이블을 통해 육지 등으로 옮겨지는 게 보통이다.

이 중에서 특히 해저 전력 케이블은 일반인이 보기 쉽지 않은 물건이다. 말 그대로 바닷속 깊은 곳에 묻히는 케이블이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방문한 강원 동해시 LG전선 동해사업장 해저 케이블 공장에서 이 해저 케이블이 쉴 새 없이 생산되고 있었다. 대만과 유럽 등으로 수출될 물량이다.

또 해저 케이블은 보통 설치 구간이 길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지름 30㎝ 내외의 케이블을 한 번에 수십㎞까지 연속으로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대형 제조 설비가 필수적이다.

동해사업장은 국내 최초의 해저 케이블 전용 생산 공장이다. 사업장의 한 공장에서 철도차량, 선박, 공항, 항만 등에 사용되는 일부 산업용 특수 케이블이 함께 생산되지만 주력은 해저 케이블이다.

한국에서 진도∼제주 122㎞ 길이 해저 전력망을 비롯해 해외에선 중동, 남미, 미주, 유럽 등 각국의 전력망 구축 사업에 케이블을 납품했다. 고객사의 주문에 맞춰 해저 케이블 제조·시공 턴키(일괄수주계약) 계약이 가능한 회사는 LS전선을 포함해 전 세계에 5곳뿐이다. 국내에선 동해사업장이 유일하다.

동해사업장에는 현재 해저 1∼2공장이 가동 중이다. LS전선은 동해2 사업장에 해저 케이블공장 신규 건설을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각 공장은 네트워크처럼 이어져 발주처 요구에 맞춘 다양한 해저 케이블이 생산되고 있다. 1공장에선 대만 해상 풍력발전소에 설치될 해저 케이블 제작이 한창이었다.

LS전선은 최근 2000억원 등 지난 3년간 대만에서 발주된 해상풍력 초고압 해저 케이블 모두를 수주했다. 총 8000억원 규모다. LS전선은 대만을 넘어 해상 풍력발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북미와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공장에선 구리선을 여러 개 꽈배기처럼 꼬아 도체를 만드는 연선 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두꺼워지는 구리선 표면에 폴리에틸렌(PE) 등을 입히는 절연과 건조, 연피, 시스, 수직연합, 외장 등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케이블이 완성된다.

이들 과정은 한 공장에서 다 이뤄질 수 없다. 케이블의 크기나 길이가 워낙 크고 길기 때문이다. 이 공장에서 초기 공정을 거친 해저 케이블이 다른 공장으로 이동해 추가 공정을 하고, 또 다른 공장으로 이동해 선적되는 식이다. 그래서 동해사업장 각 공장 사이에는 육교처럼 생긴 이동로 ‘갱웨이’가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길이의 케이블이 다음 공정으로, 혹은 외부로 이동된다.

이들 동해사업장 생산라인 설계와 배치도 모두 LS전선 엔지니어들이 도맡아 했다고 한다. 내부 설비 대부분도 국산화했다.

LS전선 관계자는 “해저의 가혹한 환경과 무거운 케이블 시공 과정에서 생기는 장력 등을 견뎌내고 품질을 유지해야 하므로 해저 케이블은 복잡하고 다양한 공정을 거친다”며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납기를 맞추기 위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생산 동선을 공장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사업장 곳곳에 설치된 다양한 사이즈의 ‘턴테이블’도 이목을 끌었다. 턴테이블은 제작된 해저 케이블을 원반 모양으로 감아서 보관·운송하는 데 사용하는 장비다. 수백m 정도의 길이가 일반적인 지중 케이블과 달리 해저 케이블은 수십에서 수백㎞까지 한 번에 생산·보관·운송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 무게나 부피를 견뎌낼 수 없어 턴테이블에 케이블을 감아서 운송한 뒤 풀어서 설치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LS전선에는 세계 최대급인 1만t급 턴테이블을 비롯해 수천t의 턴테이블 여러 대가 갖춰져 있다. 1만t급 턴테이블은 154㎸급 케이블 기준으로 100㎞ 규모의 케이블을 감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7년 미국의 한 해상풍력단지에 해저 케이블이 포설되는 모습. LS전선은 이 사업에 45km 길이의 해저 케이블을 공급했다. LS전선 제공

최종 선적 과정은 동해사업장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동해항에서 이뤄진다. 갱웨이를 통해 다시 건물 밖으로 빠져나간 케이블은 도로 밑 터널을 통해 항구로 이동된다. 항구에 정박한 포설선에 설치된 턴테이블에서 이 케이블을 당기면 배에 실려 세계 각지로 이동한다.

공장 투어에 앞서 둘러본 전시관에선 LS전선이 동해사업장에서 생산하는 대표 상품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 전선은 그 종류가 품종, 규격, 사양에 따라 2만5000여종에 달한다고 한다.

전선 산업은 국가의 기간산업 중 하나다. 생활용·산업용 전력 등을 공급하는 데 사용되는 각종 케이블과 데이터·음성·영상 등을 송수신하는 데 사용되는 통신 케이블 등을 비롯한 산업용 전선 등이 국가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라서다. 그래서 에너지와 정보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중추산업’이라고도 불린다.

지난 2008년 해저 케이블 사업을 시작하여 수십년 경력을 쌓은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실적도 ‘훈풍’을 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S전선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9.9% 증가한 673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45.8% 늘어난 1835억원이다.

LS전선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국내 사업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도 이바지한다는 계획이다. 명노현 LS전선 대표는 “탄소중립을 위한 세계 각국의 신재생 에너지 투자 확대로 해저 케이블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며 “투자 확대로 국가경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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