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사망한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장례는 5일 가족장으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전씨가 생전 12·12 군사반란 및 5·18 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한 범죄자이고 사망 직전까지 어떠한 사죄를 표명하지 않은 데 대한 국민적 공분이 크기 때문이다.
전씨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씨 자택 앞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장례는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가족장으로 해서 화장한 후 (장지는 유언대로) 북녘땅이 내려다 보이는 전방 고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내 생이 끝난다면 북녘 땅이 바라다 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있으면서 기어이 통일의 그날을 맞고 싶다’고 적었다.
민 전 비서관은 “(고인은) 평소에도 가끔 ‘나 죽으면 화장해서 그냥 뿌려라’는 말씀을 했다”며 “가족들은 유언에 따라 그대로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국가장(국장·국민장 포함) 대신 가족장으로 치른 전직 대통령은 이승만·윤보선 전 대통령이다.
전씨 유족의 가족장 결정은 국가장에 대한 국민적 반발 및 정부 기류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장법에 따르면 전·현직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이 사망한 경우 국가장을 치를 수 있지만 중대 범죄 여부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사망 사실을 확인한 직후 국가장 등 예우 대상이 될지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최종 결정은 대통령이 한다”고 말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28일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국가장으로 예우한)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은 완전희 다른 케이스”라며 “전 전 대통령의 경우 국가장이나 국립묘지 안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전씨 묘역은 국립대전현충원 대신 경기 북부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가보훈처는 “전 전 대통령은 내란죄 등의 실형을 받았기 때문에 국립묘지법상 국립묘지 안장 배제 대상”이라고 밝혔다. 민 전 비서관은 “전방 고지라는 게 장지를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장지가 결정될 때까지는 화장한 후 (유골을) 연희동에 모시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전씨 빈소가 차려지기 전 연희동 자택 주변은 취재진과 경찰·보건당국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고인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도 사저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장세동 전 안전기획부장, 오일랑 전 청와대 경호실 안전처장,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의 법률대리인 정주교 변호사 등도 사저를 방문했다. 한 70대 남성이 전씨가 5·18 유혈진압과 무관하다는 내용의 전단을 민 전 비서관에게 전달하려다 경찰에 제지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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