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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끌어당긴 ‘지옥’… ‘오겜’ 이어 장기집권 가즈아~!!

입력 : 2021-11-23 20:20:06 수정 : 2021-11-23 20: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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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쌍끌이 흥행’

심오한 내용을 긴박감·완성도로 극복
넷플릭스 공개 사흘 만에 1위 재탈환
“‘오겜’처럼 믿고 본다” 후광효과 톡톡
웃음 포인트 별로 없어 호불호 갈려
‘신선함’에 큰 점수… 흥행 이을지 주목
넷플릭스 '지옥'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은 창세기적, 종교를 빚는 과정과 그 중간에 예수 탄생 이후 부활하며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디스토피아적 관점, 즉 ‘지옥’의 관점으로 거꾸로 그린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이 설명만 들으면 심오하다. 어둡고 답답하다. 상업적 재미는 부족할 것 같다. 하지만 ‘지옥’은 이런 심오한 내용을 몰아치는 긴박감과 높은 완성도로 극복했다. 시작과 동시에 알 수 없는 괴생명체에게 난도질당하는 등장인물이 나타나고, 이후엔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전개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그 결과는, 또다시 “역시 K콘텐츠 파워”라는 찬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옥’은 22일(현지시간)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공개 첫날에 1위에 올랐다가 하루동안 잠시 자리를 내어준 후 다시 힘을 발휘한 것이다. 국내를 비롯해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 자메이카 멕시코 모로코 나이지리아 폴란드 벨기에 사우디아라비아 등 24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옥이 1위에 오르기 전까지 1위는 ‘오징어 게임’. K콘텐츠끼리 1위 싸움을 한 셈이다.

◆오징어 게임 ‘후광효과’로 K콘텐츠 ‘쌍끌이 흥행’

지옥의 성공 비결은 무엇보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탄탄한 시나리오다. 종교와 철학을 오가며 인간의 본성과 공포, 집단심리 등을 깊숙이 파고들었고, 여기에 괴생명체 컴퓨터그래픽(CG)을 섬세하게 입혀 영상적 완성도를 높였다.

넷플릭스 '지옥'

개봉 타이밍도 흥행에 한몫했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 이후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은 때에 적당한 시차를 두고 등장해 그 후광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오징어 게임 이후 지옥이 바로 치고 올라오면서 최근 K콘텐츠의 흥행이 우연이 아니라는 점도 확실해졌다.

강혜원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에서 급속히 확산, 상승하고 있는 데에는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에 흥행한 콘텐츠로 인해 팬덤이 생기거나, 이용자들에게 한국 콘텐츠라면 일단 어느 정도 재미를 담보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을 수 있다는 의미다.

넷플릭스 '지옥'

강 평론가는 “방탄소년단(BTS)이 일정 수준이 넘어선 이후 K팝 대중이 확보된 것처럼, 드라마도 선순환 구조에 진입하는 유효숫자를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한드(한국드라마)에서 한번 메가 히트가 나온 것이, 결국 앞으로도 한국 콘텐츠 업계의 든든한 자산이 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옥은 미국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평가를 나타내는 신선도 지수에서 100%을 기록했다. 신선도 지수는 참여자가 늘면서 바뀔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의 경우도 공개 직후 100%를 기록했지만, 64명의 비평가가 참여한 현재는 94%로 내려왔다. 한 최고 비평가(Top Critic)는 지옥에 대해 “초반은 다소 전개가 느릴 수 있지만, 폭력의 공포와 인간의 결점, 죽음, 죄, 정의, 미디어의 영향력 등이 매력적으로 혼합돼 있다”고 평가했다. 23일 기준으로 일반 관객 리뷰는 공개 이틀 만에 200여명이 참여하며 관객 평점 80%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웃음기 뺀’ 새로운 장르에 혹평도

오징어 게임 같은 장기적인 흥행이 지속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호불호가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옥이 웃음기를 쫙 빼고 어두운 분위기로 일관한 탓에 오락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공개 첫날 1위에 오른 후 하루만에 바로 1위 자리를 내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오징어 게임’의 경우 유혈이 낭자한 장면이 가득했지만 “도대체 어떤 선물을 했기에 60억원이나 하냐”는 대사나 기훈(이정재)이 경찰서에 살인이 자행되는 오징어 게임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조폭 캐릭터인 덕수가 456억원 탈취 계획을 꾸미는 장면 등에서는 큰 웃음이 날 정도로 코믹 요소들이 포함돼 있었다. 반면 지옥은 괴생명체에 얻어맞은 사람들의 피가 흩뿌려지고, 사람이 불에 타는 잔인한 장면이 반복되는 와중에 웃음 포인트는 별로 없다. 극중 희화된 사이비 종교 교주가 자신을 멋지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우스꽝스런 모습이 거의 유일하다고 할 만하다. 오히려 “인간은 왜 죄를 지을까요?”, “신의 의도는 무엇인가. 너희는 더 정의로워야 한다”, “신이 인간의 자율성을 믿지 않는 것 아니냐”, “공포감이 아니라면 무엇이 인간을 참회하게 하나” 등 시청자들에게 던지는 사회적, 종교적, 철학적 질문이 총 6회, 300분의 시간을 묵직하게 채운다.

미국의 영화·드라마 정보 사이트인 아이엠디비(IMDB)에서 ‘지옥’은 23일 10점 만점에 6.8점을을 기록하고 있다. 10점을 준 사람이 28.6%지만, 1점을 준 사람 역시 7.8%에 달했다. 오징어 게임의 경우 1점을 준 관객은 1%에 불과한 것과 대비된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한국이 그려낸 ‘디스토피아 세계’

평단에서는 장기적인 흥행 가능성도 높게 바라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기존 장르적 문법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일부 대중은 낯섦과 불편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신선함’으로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

정덕현 평론가는 “장르적 문법으로 보면 괴생명체가 나타나면 어떻게 대항할 것인지 고민하고, 히어로가 등장하고 괴물과의 대결구도가 벌어진다”며 “그러나 지옥은 괴생명체에 대해 관심이 없다. 전체를 꿰뚫는 주인공이 없다. 주요 인물들이 계속해서 변하며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디스토피아’에 던져진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방식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흥행에 무게를 두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징어 게임은 경제적 불평등으로 살인·생존게임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극단적인 잔인함을 동시에 보여줬고, 지옥은 괴생명체의 살인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 속에서 동요하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과 함께 이를 극복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함께 담았다. 두 드라마 모두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도 상대를 구하는 인간애, 나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극단성, 집단적 광기 등을 다양하게 보여줬다. 그리고 생존게임, 괴생명체라는 비현실적 설정은 회가 거듭되면서, 역설적으로 가장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정 평론가는 “지옥은 (세상이) 무질서하고 예측 불가능하다면 버티기 힘든 인간의 욕망으로 탄생한 종교, 그리고 그 본질에서 벗어난 사이비와 거짓이 끼어드는 아노미적 상황을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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