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대위 참여를 두고 “나는 내 일상으로 회귀하는 거다. 더는 정치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사실상 합류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김 전 위원장은 23일 서울 종로구의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합류와 관련해 고민 시간은 좀 가졌나’라는 질문에 “무슨 고민을 하나. 나는 고민하는 게 아니다. 머리가 맑고 편하다”며 “여러 차례 얘기를 많이 했다. 그걸 잘 음미를 하면 왜 내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됐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고 답했다. 이어 “확신이 서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윤 후보도 이날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모빌리티 혁명 신(新)문명을 열다’ 행사에 참석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질문을 받자 “모르겠다. 그 양반 말씀하시는 건 나한테 묻지 마라”고 답했다. 윤 후보는 전날 김 전 위원장이 “하루 이틀의 시간을 달라 그랬다”며 선대위 인선 보류를 요청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한 데 이어 김 전 위원장을 ‘그 양반’이라고까지 칭하면서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
윤 후보는 지난 20일 김 전 위원장을 만나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의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의 새시대위원장 임명을 비롯한 인선과 선대위 조직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 당초 주요 인선에 대해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합의를 봤다는 윤 후보 측 설명과 달리 김 전 위원장 측은 윤 후보 측이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먼저 합의한 것처럼 발표했다며 인선 보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 측은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를 마지막까지 설득한다는 입장이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12월 초로 예정된 선대위 출범을 강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전권을 바탕으로 김종인 전 위원장이 선대위를 장악할 경우 윤 후보의 ‘상왕’처럼 비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병민 대변인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김종인 전 위원장의 선대위 불참 가능성에 대해 “별로 없다고 본다”며 “윤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교체에 나서야 한다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생각도 확고하기 때문에 제가 앞서서 여기에 대한 확신에 찬 말씀을 드렸다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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