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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선택 존중한 바이든, ‘탕평 인사’ 화두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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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23 10:00:00 수정 : 2021-11-23 13: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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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정권 때 임명된 파월 연준 의장
임기 4년의 연준 의장에 재신임 ‘배려’
바이든 “미국 정치의 당파성 극복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인선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재신임을 받은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 워싱턴=AP연합뉴스

“오늘날 미국 정치의 쓰라린 당파성(bitter partisanship)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임기 4년의 연준 의장에 재지명하며 밝힌 인선 이유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임명된 파월 의장을 계속 중용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공화·민주 양당의 분열이 극심한 미국 사회에 ‘탕평 인사’의 화두를 던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파월 의장의 임기 연장 지지를 선언하며 “어떤 사람들은 왜 내가 공화당 출신 전임 대통령의 선택을 그대로 따르는지 의문을 가질 것”이라고 운을 뗐다.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제 정권이 바뀌었으니 연준 의장 자리도 민주당원한테 넘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침체했던 미국 경제가 강력한 회복의 기운을 보이는 요즘 ‘새로운 피’의 수혈을 통해 연준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다수의 예상을 깨고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 트럼프의 선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임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발탁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2018년 재신임한 것을 연상케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우리 경제는 엄청난 잠재력과 엄청난 불확실성을 동시에 안고 있다”며 “따라서 연준의 안정성과 독립성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제이(제롬 파월의 애칭)는 연준 의장으로서 독립성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말했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왼쪽)이 백악관에서 새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지명을 발표한 뒤 브리핑 장소를 떠나는 모습. 오른쪽이 연준 의장으로 발탁된 제롬 파월 현 의장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파월 의장은 비록 트럼프에 의해 임명됐으나 두 사람의 관계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이 다가오면서 경기부양 등 거시경제 운영에 있어 파월 의장과 의견이 대립할 때마다 트위터에 파월 의장을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가 파월 의장을 결국 경질하고 말 것’이란 관측이 파다했다.

 

이 점을 의식한 듯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행정부에서 제이는 전례 없는 정치적 간섭에 맞섰고, 그렇게 함으로써 연준의 진실성과 신뢰성을 성공적으로 유지했다”고 극찬했다. 이어 “그것이 제이가 정치권에서 초당파적 지지를 받는 많은 이유들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처음 연준 의장 후보자로 지명된 2018년 미 상원 청문회에서 찬성 84표로 인준안이 가결됐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의원들도 상당수가 그를 지지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제가 제이를 재지명하기로 선택한 또 한 가지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저는 특히 정치적으로 분단된 이 나라에서 광범위하고 초당적인 지지를 받는 연준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미국 정치의 쓰라린 당파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며 “이것은 연준과 같은 독립적 기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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