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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건물붕괴 철거업체 대표 “재하도급 불법인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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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22 20:00:00 수정 : 2021-11-22 18: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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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9일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연합뉴스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 재판에서 하청업체 대표가 부실 철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재하도급이 불법인 줄 몰랐다고 증언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정지선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공사 관계자 7명과 업체 3곳(HDC현대산업개발·한솔기업·백솔건설)의 5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은 일반건축물 철거 하청업체인 한솔 대표 김모(50)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한솔은 원청인 현대산업개발로부터 하청을 수주한 뒤 백솔에 재하도급을 줬다.

 

검찰은 불법 재하도급 경위, 다원이앤씨와의 이면계약 과정, 현대산업개발의 개입 여부 등을 질의했다.

 

김씨는 “일시불로 전체 공사권을 줘야 (불법) 재하도급인 줄 알았다. 백솔에는 중장비 대여 때문에 계약을 체결했다”며 “사고 이후에야 금지 규정을 어긴 점을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다원이앤씨와 이면 계약을 맺은 점과 해체계획서와 다른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김씨는 “다원이앤씨의 이제태 대표가 천호 엔지니어링 이름으로 계약서를 가지고 와서 거기에 사인하고 그 이름으로 컨소시엄을 했다. 친분이 있기 때문에 대충 7대 3 정도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재개발 사업 브로커로 활동한 문흥식(61) 전 5·18 구속부상자회장과 그 지인에게 1억원을 줬다고도 시인했다.

 

재하도급 과정에서 공사 대금이 줄어든 점에 대해서는 “제가 알고 있던 평수와 차이가 있었다. 그 정도 가격이면 철거 공사를 하는 데 무리가 없는 금액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명 경쟁 방식으로 하도급 업체를 선정했는데 현대산업개발 매니저가 입찰 전 수차례 김씨와 만났고 한 번은 이제태 대표와 함께 만나기도 했다.

 

김씨는 애초 80억∼85억원으로 견적을 냈으나 입찰가로 68억원을 써내 공사를 따냈다.

 

이후 최종 공사비로 50억7000만원을 받기로 했고 이 중 13억원(부가세 포함)을 재하도급 업체인 백솔에 지급했다.

 

현대산업개발이 다원-한솔의 이면계약과 불법 재하도급을 사전에 알고 있었거나 개입했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김씨는 사고 전에는 해체계획서를 대충 봤다면서도 성토체가 너무 높아 기계가 무너질 것을 우려해 평탄화 작업을 지시하는 등 노력을 했다고 피력했다.

 

김씨는 한솔 현장소장 강모(28)씨 등과 함께 공범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기소되지는 않았다.

 

기소된 이들은 강씨와 백솔 대표이자 굴착기 기사인 조모(47)씨,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서모(57)씨·안전부장 김모(57)씨·공무부장 노모(53)씨, 석면 철거 하청을 맡은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모(49)씨, 철거 현장 감리자 차모(59)씨 등이다.

 

이들은 해체 계획서와 규정을 무시하고 공사를 하거나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지난 6월 9일 광주 학동4구역에서 건물 붕괴 사고를 유발, 인근을 지나던 시내버스 탑승자 17명(사망 9명·부상 8명)을 사상케 한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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