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금리 부활시키고 싶지만
대출 다시 늘어날까 결정 못해
이리저리 금융당국 눈치만 봐

은행들이 총량 규제와 대출 금리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라 대출금리를 올렸더니, 이제 대출금리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대금리차가 커지며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는 비판대에 선 은행들이 일부 우대금리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현 대출금리 수준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8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간담회 직후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개별 은행이 어떤 식으로 대출·수신 금리를 산정하는지 (관련 자료를) 받아보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합리적이고 투명한지를 보겠다”며 “(자료를 보고) 어떤 조처를 할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 자체를 일종의 압박으로 보는 은행들은 추가적인 신호가 나올 경우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의 금리는 우대금리보다 가산금리 영향이 컸기 때문에 우대금리가 되살아나도 대출금리 하락폭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5대 시중은행(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 신용대출(서민금융 제외)의 우대금리가 평균 0.04%포인트 줄어드는 동안 가산금리는 0.35%포인트 올랐다.
당국이 해결책으로 제시한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에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자가 재산이 증가하거나 신용평점이 상승하는 등 신용 상태가 개선됐을 때 금융회사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당국은 지난달 31일 대출 고객의 신용 상태가 개선되면 신청 횟수, 신청 시점 등과 관계없이 금리인하요구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개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한 91만건 중 수용된 건수는 34만건으로 수용률이 40%도 되지 않는다. 금리 인하 기준을 낮추지 않는 한 수용률을 높이기는 힘들다는 게 은행권의 목소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리가 높다고 지적하면 금융사는 금리를 내리겠지만, 그러면 그쪽으로 대출이 몰려서 대출 총량이 또 늘어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우려 속에 일부은행은 그간 중단했던 대출을 일부 재개하며 완급 조절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가계대출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보고 지난 10월부터 판매를 중단한 일부 모바일 가계 대출 상품 및 영업점에서 판매하는 모든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23일 오후 6시부터 재개한다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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