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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이과 수학 성적 격차 초5부터… 문과생은 사교육, 이과생은 수학교사 영향 커”

입력 : 2021-11-22 12:31:36 수정 : 2021-11-22 18: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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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4 수학성취도 가장 높던 문과 남학생 초5부터 큰 폭 하락
가장 낮았던 이과 여학생, 초6부터 두각...성취도 가장 높아
이과 여학생>이과 남학생>문과 여학생>문과 남학생 순
학교 수업·수학교사 역량에 이과생이 더 긍정 평가, 영향↑
이과성향 교사와 문과 학생간 의사소통 차이도 기피 원인
“자유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8일 경기 수원시 영복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후련한 표정으로 시험장을 나오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사상 첫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 과목이 큰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문·이과 학생간 수학성취도 격차가 초등 5학년부터 시작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부모 학력이 동일할 때 문과 학생은 수학 사교육 시간, 이과 학생은 수학교사의 역량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5부터 문·이과 계열 차이, 초6부터 여학생이 남학생 앞서

 

22일 한국교육개발원의 ‘문·이과 계열 및 성별 간 수학성취도 성장궤적 비교’ 연구에 따르면, 초등 5학년부터 문과 학생과 이과 학생간 격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때부터 이과 여학생의 수학성취도가 두드러지게 향상되고 문과 남학생은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학년별 수학성취도 향상이 이과 여학생, 이과 남학생, 문과 여학생, 문과 남학생 순으로 높았다.

 

이 연구는 차인숙 한국산업기술대학 교수학습개발센터 연구교수가 서울교육종단연구자료를 사용해 서울지역 문·이과 학생 개개인의 초등 4학년(2010년)부터 일반계 고등 1학년(2016년)까지의 수학 성적을 추적조사한 것이다. 고2부터 문·이과가 구분되는만큼 그 이전 학년까지 문·이과 계열내 성별 수학성취도 학년별 추이와 이에 영향을 미친 부모학력, 사교육 시간, 수학교사의 역량을 함수를 활용해 분석했다.

먼저 학년별 수학성취도 향상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수직척도점수(100∼500점)에서 초등 4학년 때는 문·이과간, 남·여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지만, 문과 남학생의 평균 수학성취도가 339.66점으로 가장 높고 이과 여학생(335.43점)이 가장 낮았다. 그러나 5학년이 되면 이과 남(363.62점)·여(357.06점) 학생 모두 성취도가 올라가는 반면 문과는 남(337.64점)·여(335.81점) 학생 모두 전년보다 떨어지며 문·이과 계열간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6학년이 되면 문·이과 모두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평균 성취도가 약간 더 높아지며 역전이 벌어진다. 특히 4학년 때 4개 집단 중 가장 높은 성취도를 보였던 문과 남학생(334.04점)은 유일하게 전년(5학년)보다 하락하며 문과 여학생(340.52점)과 격차가 커지기 시작했다. 반면 4학년 때 점수가 가장 낮았던 이과 여학생들(364.09점)은 6학년부터 남학생(363.35점)보다 점수가 높아지기 시작하며 네 집단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다. 

 

예비소집… 긴장된 수험생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소집일인 17일 수험생들이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시험장을 확인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문과 여학생은 중 2∼3학년부터 성장률이 높아지고, 문과 남학생은 초5가 되면서 성적이 큰 폭으로 하락해 중1까지 이어지다가 중2부터 향상되기 시작한다.

 

보고서는 “초4∼5학년 구간이 문과와 이과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시기로 보인다”며 “선행연구들은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긍정·부정적 기대치가 고착화하는 것이 중2∼3이라고 했지만, 수학에 대한 부정적 태도는 초4∼5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과 여학생>이과 남학생>문과 여학생>문과 남학생 순의 수학 성취도 순위는 고1까지 지속된다. 그동안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수학을 잘한다는 연구결과나 통념과 배치되는 결과다. 보고서는 “이 연구 대상이 서울시 소재 학교들이기 때문에 지역적 특성이 반영되고, (다른 연구와 달리) 문·이과 계열을 구분해 성별간 차이를 살펴본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과생은 사교육 시간, 이과생은 수학교사 역량 영향 많이 받아

 

그렇다면 문·이과, 남·여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는 어떤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을까. 이 연구에서는 수학성적에 부모의 학력과 수학 사교육 시간, 학생들이 인식하는 수학교사의 역량(전문성 및 피드백)을 변수로 정했다.

 

우선 부모 학력은 초등∼대학원 박사졸업까지 부와 모의 학력을 평균해 최고 22점 척도를 사용해 분석한 결과, 부모의 교육년수가 1단위(2년) 더 높으면 초기위치(초등 4)에서 학생의 수학성취도는 약 10점 정도 높아졌다. 

 

주당 수학 사교육 시간은 ‘안함(0)’부터 ‘7시간 이상(8)’까지 8점 척도로 구분해 분포도를 본 결과 이과 학생들은 7시간 이상이 가장 많고, 문과 학생들은 1시간 이상∼2시간 미만(2)이 가장 많았다. 평균 주당 사교육 시간은 이과 여학생(3.99시간), 이과 남학생(3.90시간), 문과 여학생(3.57시간), 문과 남학생(3.37) 순이었다.

 

사교육의 효과는 이과보다 문과 학생들에게 높게 나타났다. 사교육 시간을 1단위(2시간30분) 높이면 이과 여학생의 성취도는 6.36점 향상되는데, 문과 여학생은 8.53점 올랐다. 수학성취도 성장 궤적에서도 문과 남학생들간 차이는 사교육 영향이 12.80%이 차지하는 반면 이과 남학생들은 6.02%로 절반에 불과했다.

 

교사의 수학교수역량에 대한 인식에서 이과 남·여 학생은 각 4.39점으로 문과 여학생(4.32점)과 남학생(4.31점) 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세 개 변수들이 수학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도 문과에 비해 이과 학생들에게서 교사 역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이같은 차이에 대해 보고서는 “문과학생이 선호하는 수학 교수법과 이과학생이 선호하는 교수법이 다를 수 있다”며 “특히 수학교사가 문과, 이과 학생의 이해도 수준 및 학습양식을 고려하지 못한 수업을 진행한 원인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과성향 교사와 문과 학생간 의사소통 차이도 수학 기피 원인

 

이 연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문·이과 융합형 창의 인재 양성을 위해 문과 계열 학생들의 수학적 역량 향상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수행됐다. 

 

차인숙 교수는 “4학년과 5학년 구간에서 문·이과 학생간 격차가 발생하는 것을 고려할 때 문·이과 계열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첫 번째 구간”이라며 “이 때 수학성적이 하락하는 학생들에 대한 각별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문과 학생들의 개인 간 차이에 사교육 변수가 영향을 크게 미치므로 사교육을 받지 못한 문과 학생들을 위해 학교 또는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질 높은 맞춤형 수학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학생들이 수학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교사 요인이 중요 변수로 지목됐다. 이과 학생들이 학교 수학 수업에 더 긍정적인 것은 이과 성향이 강한 수학교사와 문과 학생간 수학적 의사소통의 문제일 수 있는 만큼, 문과 학생들을 위한 수학 지도법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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