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신변보호 받던 여성 2번 SOS… 12분 헤매다 골든타임 놓친 경찰

입력 : 2021-11-22 06:00:00 수정 : 2021-11-22 10:44:5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서울서 ‘신변보호’ 前여친 스토킹 살해 사건

1차 신고 “위치 부정확”… 12분 헤매
2차 신고 후에야 사건 현장 도착
과거에도 위치 오류로 사건 발생
“집으로도 갔어야” 초동조치 비판
계획 범행 정황… 구속영장 신청

흉기난동 때 경찰 ‘현장이탈’ 논란
김창룡 청장 “국민들께 깊은 사과”
시·도 경찰청장들 22일 대책 논의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아가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데이트폭력 살인사건 용의자' A씨가 도주 하루만인 20일 대구에서 체포돼 서울 중구 서울중부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데이트폭력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던 30대 여성이 서울 시내 자택에서 전 남자친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여성은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로 신고했으나, 경찰이 최초 신고 접수 이후 사건 현장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으로 출동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위치추적시스템의 한계로 인한 문제라 설명하지만, 애초 시스템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면 신변보호 대상자의 주거지에도 경찰을 보내 대처하는 게 바람직했던 만큼 허술한 초동조치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부경찰서는 30대 여성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 등)를 받는 30대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날 신청했다. 경찰은 B씨가 미리 흉기를 준비하는 등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중구 저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거주하던 A씨는 B씨에 의한 스토킹 피해로 지난 7일부터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았다. 사건 당일인 19일 오전 11시29분쯤 A씨는 경찰로부터 받은 스마트워치로 1차 신고를 했다. 그러나 경찰이 A씨의 신고를 받고 3분 뒤 도착한 곳은 A씨의 자택과 떨어진 명동이었다. 그 직후인 오전 11시33분쯤 A씨가 2차 신고를 했다.

 

경찰이 사건 현장인 A씨의 집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41분쯤으로, A씨의 1차 신고 기준으로 12분 정도가 지난 뒤였다. A씨는 병원에 이송됐지만 숨졌다.

경찰은 스마트워치 위치추적시스템의 한계로 A씨 신고 당시 상황실이 파악한 위치가 부정확한 탓에 대응이 지체됐다고 설명했다. A씨의 두 차례 신고로 확인된 위치가 A씨의 집에서 500m가량 떨어진 명동 내 한 지점으로 표시돼 명동 관할인 남대문경찰서가 최초 사건 지휘를 맡았다. A씨의 집이 있는 저동은 중부경찰서 관할이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112상황실과 남대문서가 2차 신고 이후 A씨 주거지가 있는 중부서에 공조를 요청한 뒤에야 사건현장을 확인했다. 현행 스마트워치 위치추적시스템은 오차 범위가 최대 2㎞다.

 

기술적 한계가 분명한 만큼 경찰이 신고 위치로 파악한 장소와 함께 A씨 주거지로도 바로 경찰관을 보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가 신변보호 대상자인 만큼 강력범죄 피해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지 않은 데다, 신고로 확인된 위치가 A씨 주거지 인근이었던 상황에서 경찰이 자택 출동을 병행했다면 사건 발생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부정확한 위치 정보로 신변보호 대상자가 제때 경찰의 보호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은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부산에서 신변보호를 받던 50대 여성이 본인이 운영하던 주점에서 스마트워치로 신고했지만, 경찰이 500m 정도 떨어진 여성의 집으로 출동하는 바람에 연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바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 연합뉴스

A씨의 신변보호 요청 이후 경찰이 B씨에 대해 취한 조치가 충분치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9일 경찰 요청으로 법원이 B씨에 대해 피해자 주거지 100m 내 접근 금지 등 잠정 조치 처분을 내렸지만 범행을 막진 못했다. 이전에 B씨가 A씨를 흉기로 위협한 전력이 있었던 만큼, 유치장 유치를 신청해 B씨의 접근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22일 이번 사건과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부실대응’ 논란에 대해 각 시도경찰청장·경찰서장이 참석하는 화상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 청장은 특히 인천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논현서장을 직위해제하고, 대기발령 중인 논현서 현장 출동 경찰관 2명에 대해선 감찰조사를 한 뒤 엄중 조치키로 했다.

 

앞서 논현서 모 지구대 소속 C순경과 D경위는 지난 15일 남동구 한 빌라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 당시 현장을 이탈하거나 제때 합류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사건 신고자의 부인은 흉기에 찔려 의식을 찾지 못한 상태다. 피해자 가족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부실대응 책임이 있는 경찰관에 대한 엄벌을 주장했고, 20만명 이상이 여기에 사전 동의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