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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업의 ESG ‘함정’…극심한 그린 폴라리제이션 불러온다 [더 나은 세계, SDGs]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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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22 10:00:00 수정 : 2021-11-21 17: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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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주요 언론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2%를 기록해 3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미 노동부(DOL)의 발표를 일제히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의 상승 여부를 나타내는 CPI가 이토록 가파르게 오른 이유를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회복되기도 전에 세계 각국이 강력히 추진한 그린 뉴딜과 탄소 중립, 그린 에너지 전환 정책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3일 막을 내린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 26차 당사국총회(COP26)를 전후로 각국이 발표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세계 경제 상황에 비춰볼 때 상당히 파격적이다.

 

먼저 유럽연합(EU)은 오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 미국은 2005년 대비 50~52%, 일본은 2013년 대비 46%, 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겠다는 내용을 각각 발표했다. 이에 대해 몇몇 선진국과 환경단체는 ‘미흡하다’는 목소리를 냈으나, 현재 세계 경제를 들여다보면 이러한 정책이 미치는 영향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자금 부족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나서 올 연말까지 회사채와 상장지수펀드(ETF) 137억7000만달러(약 16조3800억원) 등을 매입하는 양적 완화(QE) 정책을 단행하고 있고, 이 덕분에 고용지수는 비교적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연준의 방향과는 다르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그 대안으로 출구전략인 테이퍼링(QE 축소) 관련 언급은 시장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연준은 내년 2분기 이후에나 테이퍼링을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재 미국을 비롯한 EU 등에서는 높은 불가와 경제 불황이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빠르게 인플레이션으로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중론은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라는 경제 상수를 무시한 채 강력하게 속도를 낸 탄소 중립, 그린 에너지 대전환 정책의 부작용이라고 보고 있으며, 그로 인해 그린 인플레이션(green inflation)에 빠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억만장자인 세계적인 투자자 윌리엄 애크먼은 지난 18일 국제 신용평가업체 스탠다드앤푸어스(S&P)글로벌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전형적 거품’에 직면했다고 경고하면서 인플레이션과 싸우려면 하루빨리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원자재와 석유, 석탄 가격의 급상승은 각국의 그린 정책과 기업 ESG(Environment 환경·Social 사회·Governance 지배구조) 정책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대표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코로나19와 각국의 친환경 정책, 투자은행(IB)·자산 운용사들의 화석연료 배제정책, 그리고 글로벌 기업의 강력한 ESG 정책 탓에 석유 수요가 주는 바람에 저유가로 큰 타격을 입었다. 사우디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794억달러(한화 94조4800억원)로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했다. 세계 1위의 천연 가스 수출국이자 세계 2위의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 역시 지난해 –3.1%의 GDP 성장률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각각 세계 최대의 가스·석유·석탄 수입국인 EU와 미국, 중국은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비율을 크게 늘려왔다. 이 중 유럽에서는 올해 북해의 바람이 2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풍력 발전량이 급감하였는데, 그 여파로 가스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에너지 대란에 직면했다. 중국은 호주와의 외교 마찰을 비롯한 홍수, 가뭄 등으로 대규모 전력난을 겪고 있다. ‘국가 차원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석탄을 수급하라’는 정부의 지침이 내려오기까지 한 상황이다.

 

‘코로나19서 일상 회복→공급망 붕괴→그린 에너지 정책→금융자금의 화석 에너지 배제→사상 최대의 원유 감산과 고유가→신재생 에너지의 부진→전기 자동차 등의에 필요한 니켈·리튬튜·코발트 등 원자재 값의 급상승→각국의 경기 부양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효과’ 등으로 이어지면서 전 세계는 그동안 겪지 못한 그린 인플레이션의 위기에 처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임에도 아직 전 세계 금융과 산업계는 그린 에너지를 뒷받침하는 금융 흐름을 지지하고 있으며, 각국의 ESG 법제화는 한층 촘촘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물경제와 반대 방향으로 가속도를 내고 있는 셈이다. COP26의 강력한 합의와 각국의 탄소 중립 정책 발표가 무색하게 OPEC과 비OPEC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플러스는 최근 증산량(하루 평균 40만배럴)을 계속 유지하기로 합의했고, 이 여파로 전 세계 고유가와 공급망 및 인플레이션 위기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가고 말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오는 2050년까지 온실 가스 배출량을 ‘넷 제로’(Net Zero· 탄소 순 배출량 ‘0’)로 하기 위해 10년간 1조7000억달러(약 1900조원)를 투자하고, 청정 에너지를 100% 확대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에 2조달러(약 2243조원), 청정 에너지의 연구·개발(R&D)에는 4년간 4000억달러(약 449조원)를 각각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대규모 경기 부양과 재정 투입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쉽게 말해 당분간 기준금리를 올리는 ‘긴축 카드’를 쉽게 꺼내기 힘든 상황이다.

 

각국의 에너지 대란, 인플레이션 위기, 실물경기 악화는 일자리 감소와 고용지표 악화에 곧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선진국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 아시아 시장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비슷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EU에 비해 경제 체질이 강하지 않은 한국에서는 어쩌면 그린 인플레이션이 아닌 그린 폴라리제이션(Green+Social polarization · 과도한 ‘녹색정책’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정부와 기업의 지혜로운 ESG 정책이 필요한 시기다.

 

김정훈 UN SDGs 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이 기고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 SDGs 협회와 세계일보의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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