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고인 물·게으른 기득권 지적”
소규모 핀셋 조직 활성화 가능성
중진들은 하방… 표밭 갈이에 집중
선대위는 투트랙으로 운영 구상
송영길 “전권 위임… 새출발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고인 물, 심지어 게으른 기득권이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대위 전면 쇄신 카드를 꺼내 든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20일 쓴 ‘반성문’은 절절했다. 정치 인생의 ‘최대 치적’이라 강조해온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에 대해선 “‘내가 깨끗하면 됐지’ 하는 생각에 많은 수익을 시민께 돌려드렸다는 부분만 강조했지, 부당이득에 대한 국민의 허탈한 마음을 읽는 데 부족했다”며 앞서 ‘관리자로서의 제한적 책임’만 인정했던 입장보다 한층 더 나아간 사과를 내놓았다. 심지어 “저도 민주당이라는 큰 그릇 속에 점점 갇혔던 것 아닌가”,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겠다”며 자당과도 거리두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10%포인트 내외로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자, 환골탈태 없인 대권도 없다는 당 내외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당도 21일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선대위 개편 방향을 논의하는 등 이 후보 요청에 호응했다.
이 후보가 내세운 대개조 구상은 ‘몽골기병론’이다. 이 후보는 전날 충남 논산 화지시장 즉석연설에서 “덩치만 크고 할 일 제대로 못 챙기는 선대위와 당, 역시 다 다시 시작하겠다”며 “몽골 군인 10만명이 유럽과 아시아를 휩쓴 힘이 뭐겠냐. 빠른 속도, 거기에 더해 단결된 힘”이라고 강조했다. 당선 횟수로 나눠 가진 기존 선대위 직책을 모두 해체하고, 이 후보의 지난 18일 뉴스1 인터뷰에서 나온 ‘별동대’처럼 명확한 목적을 세우고 움직이는 소규모 ‘핀셋’ 조직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최근 경선캠프 의원 단톡방에서 “3선부턴 빠지는 선대위를 만들어야 한다”며 중진 이선후퇴론을 제기한 바 있다.
당내에선 현역 중진 의원들이 ‘하방’(下放)해 지역 표밭갈이에 집중하고, 선대위는 핵심 참모와 실무진이 지휘 통제와 현안 대응을 맡는 ‘투 트랙’ 쇄신 전략이 거론된다. 앞선 ‘부산 발언’, 이 후보 아내 김혜경씨 낙상사고 관련 악성 루머 사태 당시 늑장 대응의 원인으로 컨트롤타워 부재가 지적된 바 있다.

당도 물갈이 준비를 마쳤다. 송영길 대표는 전날 유튜버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 후보에게 쇄신 문제 전권을 위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의총 전에는 페이스북에 “모든 것을 비우고 하심, 하방하여 새롭게 다시 출발합시다”라고 말했다. 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김두관 의원이 전날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데 이어, 이날 이광재·김영주 의원도 차례로 선대위 직책을 벗어던지며 쇄신의 물꼬를 열었다.
다만 이 후보는 구체적인 개편 방향은 당에 맡길 계획이다. 이 후보는 이날 대전 현충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겠다’는 전날 발언에 대해 “일부는 마치 당권에 대한 말인 것처럼 곡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쇄신 과정에서 이 후보가 당과 선 긋기에 나선 것으로 비치면, 자신의 존립 기반인 당을 부정하는 것으로 오해를 부르며 지지층 이탈의 역효과가 날 것을 우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