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 윌리엄스 등 선수부터 미국, 유엔까지 나서 안전 강조
본인 나서지 않고 관영매체서 사진, 영상 올려 진위 논란 부채질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35·여)의 중국 지도급 인사에 대한 ‘미투’후 행방이 묘연해진 사건이 국제 사회의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들과 유엔, 미국 정부까지 펑솨이의 신변을 우려하고 나서면서 파장이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까지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관영매체 등에서 지인을 통해 펑솨이의 최근 사진과 동영상 등을 확보했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있어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
21일 로이터통신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즈 등에 따르면 펑솨이는 지난 2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중국 최고지도부(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일원이었던 장가오리 전 부총리와 강압에 의한 성관계를 했다는 폭로 이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실종설이 돌고 있다. 폭로 후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이다.
중국내에선 펑솨이의 미투에 대해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 웨이보 등에서 검색 자체를 막아놔 부각되진 않고 있다.
하지만 국제 테니스계 등이 연대해 펑솨이 문제에 대해 중국 당국을 압박하고, 중국 당국이 허술하게 대응하면서 국제 사회의 이목이 쏠리게 됐다.
스티브 사이먼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현지시간) “펑솨이를 비롯한 모든 여성의 말은 검열이 아니라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며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중국과 관련된 사업을 모두 철수할 것”이라며 중국 당국을 압박했다.

여기에 더해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오사카 나오미(일본), 세리나 윌리엄스(미국) 등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들이 펑솨이의 안전을 우려하거나 피해에 대한 조사를 중국 측에 촉구하는 입장을 앞다퉈 밝혔다. 전 세계 테니스계 인사들은 소셜 미디어에 ‘펑솨이는 어디에 있나’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펑솨이의 사진과 함께 올리며 그의 안전을 기원했다.
중국 관영 CGTN은 지난 18일 트위터를 통해 펑솨이가 사이먼 대표에게 “성폭행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나는 실종된 것도 아니고 안전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집에서 쉬고 있고 모든 게 괜찮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공개했는데 오히려 논란을 부채질했다. 사이먼 대표가 “이 메일을 실제로 펑솨이가 썼는지 믿기 어렵다”며 “그의 안전과 행방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고 공식 입장을 내놔 이메일에 대한 진위 논란이 일어났다.
CGTN의 한 기자는 또 지난 20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펑솨이의 최근 모습이라며 3장의 사진을 올렸지만 이 역시 촬영 시점이 불명확한 탓에 신뢰성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사진은 펑솨이가 누군가의 방에서 반소매, 반바지 차림으로 있는 모습을 찍은 것으로, 차림새 등으로 볼 때 같은 날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펑솨이는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 웃고 있거나,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인 판다 인형을 안고 ‘셀카’를 찍고 있기도 하다. CGTN 기자는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펑솨이의 친구가 내게 이 사진을 보내줬다”고 밝혔다.
펑솨이 본인이 아닌 관영매체에서 촬영 시점조차 불분명한 사진이다 보니 신뢰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테니스계에서 나오던 목소리는 결국 유엔과 미국 등까지 확산됐고,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펑솨이의 미투 외에도 중국의 인권 문제, 비밀주의, 인터넷 및 언론 통제 등을 전세계에 재확인시킨 꼴이 됐기 때문이다.
유엔 인권사무소 리즈 트로셀 대변인은 “펑솨이의 소재와 안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펑솨이의 성폭행 피해 의혹에 대한 투명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에 이어 영국 등에서 중국의 인권문제 등을 거론하며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나설 것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펑솨이 문제가 국제 사회에 보이콧 도미노를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펑솨이가 전 중국 고위 당국자로부터 성폭행 사실을 폭로한 뒤 실종된 것 같다는 보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중국 당국이 그녀의 행방과 안전에 검증가능한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키 대변인은 “비판에 대한 중국의 무관용 정책과 비판자를 침묵시키려 한 전력을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펑솨이의 신변 문제가 장기화하고 중국 정부가 납득할 만한 설명과 조치에 나서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의 여론이 올림픽 참가 여부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인도 지인을 통해 확보했다며 지난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트위터에 펑솨이가 코치, 친구들과 주말에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모습과 청소년 테니스 대회에 나타난 모습의 영상을 올렸다. 본인들의 얘기에서만 날짜 등이 나오는 것이어서 이 역시도 진위가 확실치 않다.
약 1분짜리 식당 영상은 남자가 펑솨이에게 “내일이 11월 20일이지?”라고 묻자, 펑솨이 옆에 앉은 이가 곧바로 “내일은 21일이다”고 정정했고 이에 펑솨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담겼다. 30여초 분량의 테니스 대회 영상은 21일 오전 베이징에서 열린 청소년 테니스 대회에 주요 인사로 참여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이다.

후 편집인은 “지난 며칠간 펑솨이는 집에서 자유롭게 지냈으며 방해받고 싶어하지 않아 했다”면서 “그는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며 곧 일부 활동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펑솨이에 대해 관영매체 관계자들이 올린 사진이나 영상은 중국내에서 VPN(가상사설망)에 접속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트위터에만 올라왔다. 중국내 다른 매체들은 관련 보도 조차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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