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가 20일 민주당의 기득권화, 내로남불, 대장동 특혜 의혹, 형수 욕설 등 당과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당에 "확 바뀌면 좋겠다"며 현장성 강화를 골자로 한 쇄신도 주문했다.
이는 지난달 10일 후보 선출 이후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중도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선명성은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경선에서 주효했지만 산토끼인 중도층을 끌어안아야 할 본선에서는 걸림돌로 꼽힌다. 민주당의 개혁 공약 성과 부진,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기득권화는 각각 진보층과 중도층 이반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후보는 20일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저부터 변하겠습니다. 민주당도 새로 태어나면 좋겠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형수) 욕설 등 구설수에, 해명보다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가 먼저여야 했다. 대장동 의혹도 '내가 깨끗하면 됐지' 하는 생각으로 많은 수익을 시민들께 돌려 드렸다는 부분만 강조했지, 부당이득에 대한 국민의 허탈한 마음을 읽는 데에 부족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는 당초 대장동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국민의힘 게이트'라며 강경 대응했다. 특히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의힘을 향해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규모의 사업에서 어떻게 인·허가권자가 돈을 안 받을 수 있냐고 의심하는데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러나 여론이 진정되지 않자 대응 수위를 낮춰가고 있다. 그는 10일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라는 조건을 붙여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8일만인 18일 '수사가 매우 미진하다고 판단한다'며 조건 없는 특검을 언급했다. 다만 "직원 관리 잘못 이외 법률적 책임은 근거가 없다"는 입장은 고수하고 있다.
이 후보는 '당의 변방에서 정치를 해왔다'면서도 당 대선 후보로서 민주당의 내로남불, 기득권화 등에 사과했다. 당에 쇄신도 촉구했다.
그는 '80석으로 뭔가 할 줄 알았는데 기득권만 되었어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합니다. 겸손하고 절실함이 보이지 않아요', '내로남불 이미지가 가시질 않습니다', '잘못을 지적하면 왜 나만 갖고 그러냐며 대드는 느낌', '그냥 미워요' 등 민심을 나열했다.
이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부터 대구 서문시장을 시작으로 민심을 듣기 위해 전국 곳곳을 다니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여러 말씀을 해줬지만, 그 중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원망과 질책이 많이 아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날렵한 도전자의 모습으로 국민지지 속에 5년 전 대선승리를 거머쥐었고 지선과 총선을 휩쓸었지만, 이제는 고인물 심지어 게으른 기득권이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국민들께서는 '민주당이 변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말했지만,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너무 부족했고 더뎠다"며 "당의 변방에서 정치를 해왔던 저이지만, 당의 대선후보로서 그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왜 국민의 신뢰를 잃었는지, 제 자신부터 먼저 돌아본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다움으로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고 새시대를 준비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이재명이 민주당화됐다'는 지적에는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저의 부족함이 많은 분들을 아프게 해드렸다. 죄송합니다. 깊이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 민주당도 다르지 않았다"며 "거대 여당으로서 부동산, 소상공인 보상, 사회경제 개혁 등에서 방향키를 제대로 잡지 못했고, 국민의 요구, 시대적 과제에 기민하게 반응하지 못했다. 당내 인사들의 흠결은 감싸기에 급급했다"고 반성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에 실망해 가는 국민의 허탈한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하며 개선하는 노력도 부족했다"며 "국민이 기대하는 개혁성과를 충분히 만들지 못했다. 어려운 국민의 삶과 역사퇴행의 위태로움을 생각하면 이제 변명, 고집, 좌고우면은 사치다"고도 진단했다.
이어 "저부터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 새로 시작하겠다. 저의 이 절박한 마음처럼 우리 민주당도 확 바뀌면 좋겠다. 주권자를 진정 두려워하고 국민의 작은 숨소리에조차 기민하게 반응하는 길을 찾아내면 좋겠다"고 했다.
<뉴시스>뉴시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