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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매개로 ‘위해감소’ 정책 추진 美·英…과학적 검증 거친 정확한 정보로 공중보건 개선

입력 : 2021-11-19 17:23:50 수정 : 2021-11-19 17: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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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와 같거나 더 해롭다는 잘못된 정보, 소비자에 치명적” 우려도

 

미국 식품의약국(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이 최근 미 담배회사 레이놀즈의 액상형 전자담배에 판매 인가에 해당하는 ‘시판 전 담배제품 신청(PMTA·Pre Market Tobacco Application)’을 최초로 허가한 결정을 두고 위해감소 정책(Harm Reduction Policy)을 둘러싼 국내외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액상형 제품이 전자담배 시장에서 먼저 자리잡은 미국의 주요 언론 대부분 이 뉴스를 보도하면서 ‘미국의 담배 규제방향이 크게 바뀌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 바 있다.

 

아울러 미래의 담배 시장은 위해도가 큰 일반담배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진 전자담배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담배 시장 위해도(危害度) 덜한 전자담배 중심으로 재편될 듯”

 

위해감소 정책은 상대적으로 위해도가 낮은 제품을 앞세워 높은 기존 제품을 대체하도록 유도해 공중보건이나 사회적인 편익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속속 도입 중이다. 담배 뿐만 아니라 식품, 나아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제품이나 에너지원에도 적용할 수 있는 접근법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예를 들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이 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대신,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전기자동차나 수소차로 전환하려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 규제 당국의 움직임도 위해감소라는 개념과 맞닿아 있다. 전기차나 수소차는 그 에너지원을 얻는 과정이 100% 친환경적일 수 없지만, 환경에 대한 위해도 측면에서 내연기관과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운송수단이라는 점에서 일반담배와 전자담배의 관계와 유사하다.  

 

◆전자담배에 대한 ‘수용적 규제정책’ 펴는 FDA·英 공중보건국

 

위해저감의 개념을 담배 규제에 적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는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에 PMTA 인가 결정을 내린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흡연과 관련한 질병으로 여전히 40만명 정도가 해마다 목숨을 잃는 것으로 전해진다. 담배 연구와 규제에 가장 앞선 곳으로 알려진 FDA는 니코틴 제품 중 특히 불을 붙여 흡연하는 일반담배의 위해성 문제에 주목해 왔다. 

 

흡연 관련 질병 대부분의 원인이 담배나 니코틴이 아니라 연소 때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FDA 등 미 규제 당국은 전자담배와 비연소 제품에 대해 과학적으로 검증된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기존의 성인 흡연자를 대상으로 최선은 모든 담배제품을 끊게 하는 것이지만, 흡연을 고집하는 이들에게는 전자담배 등 대체 제품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게 현지 전언이다. 

 

실제로 FDA는 이미 2019년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의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시장 판매 인가를 결정하면서 ‘공중보건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반담배 대비 유해 물질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에는 이 회사 제품에 대해 전자담배 중에는 세계 최초로 ‘위해 저감 담배제품’(MRTP·Modified Risk Tobacco Product) 인가를 결정하면서 ‘공중보건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더욱 적극적인 표현을 동원했다. 

 

이번에도 레이놀즈의 액상형 전자담배에 PMTA 인가 결정을 내리면서 ‘전자담배의 독성이 일반담배에 비해 훨씬 적다’고 언급했다. 일반담배 대비 유해 물질이 상대적으로 적어 판매를 인가했다는 설명인 셈이다. 불을 붙여 피우는 일반담배의 부정적인 영향이 큰 탓에 전자담배에 대한 차별 규제를 하나의 대안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영국에서도 직접 규제 당국이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95% 덜 해롭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공중보건국(PHE) 같은 기관은 일반담배와 전자담배 간 유해물질 발생량의 차이를 적극 홍보하고, 대중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적인 실험을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전자담배의 위해성이 덜하니 사용해도 된다’고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담배의 유해성이 워낙 심각한 만큼 담배를 계속 피우거나 끊지 않을 성인 흡연자라면 전자담배로 전환해야 한다’고 변화를 촉구하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담배 판매 대폭 감소한 日 VS 상대적으로 더딘 韓

 

현재 전 세계에서 ‘담배 위해감소’ 개념을 가장 적극 수용한 국가로는 일본도 손에 꼽힌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시장에 출시된 뒤 대체재로 자리잡았고, 그 결과 불과 몇년 사이에 일반담배의 판매량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실제로 아시아·태평양의 보건·과학기술 전문가들과 정책 입안자, 학계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7월 온라인으로 개최된 아시아위해감축포럼(Asia Harm Reduction Forum 2021)에서는 일본의 일반담배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든데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이뤄진 바 있다. 올 1분기 기준 5년 전 동기보다 판매량이 42%나 줄었다는 사실도 확안됐다.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가 시장에 도입된 한국에서는 이듬해에만 일반담배 판매량이 약 10% 가까운 감소세를 보였지만, 이후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보건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담배제품 판매량은 35억9000만갑으로 전년도 34억5000만갑보다 1억4000만갑 증가했는데, 이 중 일반담배가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제품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소비자에게 치명적”

 

최근 영국에서 열린 담배업계 최대 포럼 중 하나인 ‘글로벌 담배 니코틴 포럼’(GTNF·Global Tobacco & Nicotine Forum)에서는 성인 니코틴 소비자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뤘다. 또 위해감축 정책을 통해 이들이 이런 과학적 정보에 기초해 일반담배의 대체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공중보건 및 규제 분야 전문가 주장도 활발하게 제기됐다. 

 

특히 담배 위해감축을 지지하는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흡연으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이보다 더 큰 세계적인 문제는 없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성공적인 위해감축 정책이 필요하며, 성인 흡연자들이 올바른 정보와 덜 해로운 제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전자담배는 일반담배 흡연보다 95% 덜 해롭다'는 영국의 강력한 공중 보건 메시지를 흡연 피해가 큰 중간소득 이하 국가에 적극 전파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담배제품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뜨려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과학적이고 정확한 정보 있다면 소비자는 바른 판단 가능”

 

여론조사를 통해 실제로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된 소비자 혼란이 관측된 바 있다.

 

글로벌 전문 여론조사 기관인 포바도(Povaddo)는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의 의뢰로 최근 잘못된 담배 정보가 어떻게 오해의 원인이 되는지 알아보는 작업을 진행했다. 

 

전 세계 2만9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5% 이상이 액상형 전자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 등 비연소 제품이 일반담배와 동일하거나 더 해롭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0%에 가까운 응답자는 흡연 관련 질병의 원인에 대해서도 오해하고 있었다. 

 

이번 포바도 서베이에는 한국인 1105명도 참여했다.

 

이를 통해 인식 결과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도 잘못된 정보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약 70%는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더 해롭거나 동등하게 해롭다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담배와 일반담배의 차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니코틴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확인됐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흡연 시 흡입하는 니코닌의 양을 고려하면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와 달리 이번 조사에서 ‘흡연 관련 질병의 주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니코틴을 꼽은 이는 24%에 달했다.

 

또 ‘니코틴은 중독성이 있으면서도 위험하지 않지만 흡연 관련 질병의 주요 원인은 아니다?’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2%가 동의하지 않았는데, 종합적으로 보면 상당수가 담배의 가장 해로운 이유를 니코틴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고 업계는 전했다.  

 

더불어 ‘담배 대체재가 담배 관련 질병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59%가 ‘아니오’라고 답했다.

 

세계적으로 담배 대체재가 흡연자를 비롯한 공중보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받아들여져 일반담배에서 전자담배로의 전환을 장려하는 추세에 비하면 국내의 인식 변화는 상당히 더딘 수치라는 게 업계의 평가이다. 

 

◆글로벌 전문가 100명, 불합리한 담배규제 정책 변화 촉구

 

최근 전 세계의 공중보건 및 저명한 니코틴 정책 전문가 100명이 성명서를 내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담배 위해감축 정책을 인정하고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업계의 이목을 끈다.

 

WHO가 담배 규제에 대한 기존 접근방식에서 벗어나야 하고, 공중보건에 이익을 주는 위해성 감소 제품에 대한 불합리한 장벽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게 이들 전문가의 주장이다. 

 

그동안 담배 위해감축을 지지하는 의학자와 과학자는 지속적으로 장기적으로 공중보건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이 같은 과학적 사실에 바탕을 둔 담배 위해감축 개념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WHO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몇몇 정부에서는 일반담배와 비연소 제품을 동일하게 규제하고 있다.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해당 국가의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만큼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그리스 아테네 오나시스 심장수술센터의 연구 책임자인 콘스탄티노스 파르살리노스(Konstantinos Farsalinos) 박사는 “위해감소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이며 전략”이라며 “이 정책의 초점은 ‘중독’이 아니라 ‘유해성’에 맞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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