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부터 美 전역서 100만명 맞아
센터 앞엔 부모와 온 아이들 북적
학부모 “감염보다 백신이 낫죠”
11세 이하 대상자 2800만명 추산
코로나 재확산으로 지지율 추락
바이든 행정부 백신접종에 사활
버지니아선 112명에 오접종 실수

“코비드에 감염되는 것보다 백신을 맞는 것이 낫죠(Get COVID vaccine, better than getting COVID).”
14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버지니아주 타이슨스코너에 운영 중인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에서 만난 비자이(40)는 아이들에게 백신을 접종시키는 것이 걱정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일요일인 이날 8살 딸과 7살 아들의 손을 잡고 접종센터를 찾았다. 그의 딸 아비게어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면서 “이미 친구들도 (백신을) 많이 맞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5∼11세 어린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일 접종을 시작한 뒤 지난 12일 현재까지 미 전역에서 100만명에 가까운 어린이가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이미 접종을 시작한 100만명 외에도 70만명의 어린이가 접종을 예약한 상태라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밝혔다.
북버지니아 지역 최대 쇼핑몰로 꼽히는 타이슨스코너 센터 안에 자리 잡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는 이날 오후 내내 부모 손을 잡은 어린이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접수대에서 직원 10여명이 동시에 접수를 하고, 그보다 더 많은 의료진이 각각의 공간에서 백신을 접종하는데 쉴 틈 없이 접수와 접종이 이뤄졌다. 의료진은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밴드를 준비하고, 직접 밴드를 고르라며 아이를 안심시켰다. 예약을 확인하고, 백신을 맞고, 2차 접종 날짜를 예약하는 데까지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접종을 마친 아이들은 ‘나는 백신을 맞았다’고 적힌 커다란 현수막 앞에서 기념촬영도 했다.
두 초등학생 아들의 백신 접종을 마치고 ‘인증샷’까지 찍은 데비(37)는 “엄마로서 고열이나 백신 부작용이 걱정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잠재적인 백신 부작용보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매일 학교에 가기 때문에 백신이 중요하다”며 “나도 이미 추가 접종(부스터샷)까지 마쳤다”고 말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5∼11세의 백신 접종 대상 어린이를 2800만명으로 추산하고, 전국 약 2만곳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 중이다. 학교의 99%가 정상 등교를 하는 상황에서 어린이 백신 접종도 속도를 내는 셈이다. CDC에 따르면 이날 현재 미국의 12세 이상 인구 가운데 79.4%에 달하는 2억2525만명이 최소 한 차례 백신을 접종했다.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는 68.3%가 1차, 58.8%가 2차 접종을 마쳤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코로나19 재확산이 꼽히기 때문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텍사스주 휴스턴의 어린이병원을 찾아 5∼11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홍보했다. 지난 8일에도 버지니아주 맥클린의 한 초등학교에 설치된 코로나19 백신 클리닉에서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과 만나 백신 접종을 격려했다.
다만 어린이 백신 접종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미 비영리연구소 카이저가족재단(KFF)의 지난달 설문조사를 보면 5~11세 어린이의 부모 10명 중 3명(27%)만이 어린이 백신이 승인되는 즉시 백신을 맞히겠다고 응답했다. 33%는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30%는 백신을 맞히지 않겠다고 답했다. 부모 10명 중 7명 이상(71%)은 심각한 백신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KFF는 12~17세 청소년의 1차 이상 백신 접종률이 46%에 그쳤고, 접종률도 둔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 백신 접종에 대한 반대 목소리와 우려도 여전하다. 보수 진영은 여전히 코로나19 백신 의무화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버지니아주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공화당 글렌 영킨 역시 백신 의무화와 학교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NBC 방송은 지난 10일 버지니아주 라우던카운티의 한 약국이 5∼11세 어린이 112명에게 12세 이상 청소년에게 투여해야 할 백신을 실수로 잘못 투여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약국은 실수를 인정하고 백신 접종 약국에서 제외됐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