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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우여곡절 끝 코스피 상장… 금융 플랫폼으로 입지 다질것” [인터뷰]

입력 : 2021-11-14 19:27:37 수정 : 2021-11-14 21: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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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동일업군 최초 증시 상장 사례
국내 첫 일반청약 100% 균등배정 시도
기존 금융권과 핀테크의 경계 희미해져
5년∼10년 이후엔 비대면 금융이 대세

해외 사업 진출… 엔트그룹이 주주 참여
일본·마카오 60만개 이상 가맹점 확보
환전 없이 결제 가능한 시스템 구축도
정보기술 기반 보안·편의성 제고 최선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지난 11일 경기 성남 분당구 판교에 있는 본사에서 카카오페이의 기업철학과 향후 비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남=남재현 선임기자

“지금은 기존 금융과 핀테크가 구분이 있지만,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면 결국 모든 금융이 비대면을 기본으로 할 겁니다. 디지털카메라가 처음 등장하던 당시에 필름카메라와 대치하는 시기가 있었지만 결국 디지털카메라로 시장이 재편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한 미래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카카오페이가 지난 3일 증시에 입성했다. 류영준(44) 카카오페이 대표가 기업공개(IPO) 당시 밝힌 비전은 ‘결제·송금부터 보험·투자·대출중개·자산관리까지 모든 금융 서비스를 하나로 쉽고 편하게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빅테크·핀테크의 급격한 성장에 기존 금융권이 위기감을 느끼며 잡음이 여전하지만, 다양한 금융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카카오페이는 금융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지난 11일 경기 성남 분당구 판교의 카카오페이 본사에서 만난 류 대표는 “시간이 갈수록 기존 금융권과 핀테크의 경계가 희미해지며 한쪽에 적용되던 규제를 같이 받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규제를 받고 있으니까 저쪽도 받아야 한다는 생각보다 같이 풀어보자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게 함께 발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보이스톡’을 개발한 내공을 바탕으로 금융플랫폼에 깃발을 내건 기술자 출신의 젊은 최고경영자는 인터뷰 내내 확신 넘치는 목소리였고, 시종 웃음을 잃지 않았다.

 

다음은 류 대표와의 일문일답.

―삼수 끝에 어렵게 상장을 했다. 카카오페이의 상장이 갖는 의미는.

“전세계적으로 핀테크 업체 중에서도 카카오페이처럼 다양한 전문 금융 서비스를 아우르는 플랫폼 기업이 상장한 사례는 없었다. 우리 업군에서는 최초 상장 사례이다보니 투자자들로부터 앞으로 다른 나라 기업들이 한국의 카카오페이를 참고할 것이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이 분야에서 글로벌 최초로 증시에 상장한 기록도 생겼고, 그만큼 우리나라가 이 분야의 선진국이라는 느낌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대한민국 증시 사상 최초로 일반청약 100% 균등배정을 시도해 ‘누구에게나 이로운 금융’이라는 기업철학을 실천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자동차산업이 전기차로, 유통이 온라인으로 헤게모니가 넘어가는 것처럼 다소 변화가 늦는 영역이던 금융에도 디지털 컨버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100% 균등배정이 첫 시도라 쉽지 않았을 텐데

“기존의 공모 방식은 비례배정이 기본이다 보니 청약 증거금을 많이 넣을수록 더 많은 주식을 가져갔는데, 누구나 공평하게 투자 기회를 가져갈 수 있게 해보자는 취지였다. 그렇지만 상장 주관사 입장에서는 이런 경험이 전혀 없는 데다, 높은 경쟁률이나 이를 통한 증거금 규모 등 흥행 요소를 모두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또 비례배정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서버 증설 등 감당해야 할 이슈도 늘어난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이로운 금융’이라는 기업철학에 이 방향이 맞다고 생각해 추진했다.”

―IPO 때 해외 사업에 대한 계획도 강조했다.

“해외사업 진출은 우리가 파트너를 선정하는 단계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다. 카카오페이가 분사하면서 투자를 받을 때, 우리는 단순히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니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적 투자자(SI)를 원했고, 그 조건 중에 하나로 글로벌 진출을 위한 시너지도 고려했다. 그래서 앤트그룹이 주주로 들어왔다. 결제 영역에서는 이미 일본과 마카오에 60만개 이상 가맹점을 확보했고, 환전 없이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2019년에 구축이 됐다. 코로나19 때문에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게 있는데, ‘위드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점점 나아질 것으로 본다. 반대로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에도 자국에서 쓰던 모바일 월렛으로 환전 없이 결제하는 것도 준비가 돼 있다. 금융 분야에서의 글로벌 진출은 라이선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문화·법 등 고려할 요소가 많다. 그래서 직접 진출하는 형태보다는 ‘글로벌 원빌드’ 형태로 누구나 똑같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될 것 같다.”

―금융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어떻게 사업과 연결해 나갈 것인가.

“테크핀이냐, 핀테크냐 등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기술 중심의 시각이다. 개발자들은 DNA 자체가 ‘문제 해결’에 있다. 기존 업권에서는 사업 모델을 먼저 설계하고 어떻게 서비스로 론칭할지의 순서로 접근하다 보니 사용자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우리는 IT(정보기술)를 기반으로 하지만, 스스로가 대출받으러 돌아다니는 등 금융 활동을 많이 하는 소비자이기도 하다. 사용자를 보다 가까이에서 보고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금융에서는 편의와 안정성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다.

“편의성과 보안이라는 게 꼭 반비례하지는 않는다.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과거에는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확인 단계를 여러 겹으로 쌓는 ‘절차의 복잡성’을 통해 보안을 높여왔다. 그것들을 사용자 영역인 시스템 앞단(프런트엔드)이나 창구에서 요구했다. 지금은 생체인증이 상용화돼 안면이나 지문 인식으로 인증이 가능하다. 요즈음 IT 기업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대표적인 게 FDS(이상거래감지시스템)이다. 인공지능(AI)과 시스템이 모든 사용자의 거래를 모니터링하다가 고액이거나 평소와 다른 방식이 나오는 등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그때 개입하는 것이다. 이런 기술들을 시스템 뒷단(백엔드)에 넣어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보안과 편의를 함께 높일 수 있다.”

―60명으로 분사한 초기에 구상하던 카카오페이와 현재 카카오페이의 시스템상 변화가 많이 있나.

“지불·결제로 시작해 멤버십, 영수증, 청구서 등에서 트래픽을 만들고 다음 데이터 기반의 대출중개, 투자, 보험, 자산관리로 나아간다는 그림을 2014년에 그렸다. 더 키워야 할 것이 여전히 있지만, 초기의 그림과 비슷하게 온 것 같다. 다만, 속도 측면에서 예상보다 더뎠다. IT 분야에서는 사업계획이나 서비스 론칭을 분기 단위로 한다. 금융은 연 단위다. 한 사업에 대해 라이선스를 신청하고 인가받는 데 1년 반, 2년씩 걸리니까.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도 좀 늦어지고 있는 감이 있는데, 전체적인 볼륨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온 것 같다. 분사할 때 동료 직원들에게 5년 뒤 카카오페이 내 거래액이 100조원이 되게 하겠다고 했는데 올해 달성할 것 같다.”

―기존 금융권에서는 당국의 규제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한다

“결제 쪽에서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리는데, 본질을 보면 불평등이 아니라는 게 보인다. 가령 우리와 카드사가 같은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여신사업을 못 한다. 카드사들의 수익도 사실 결제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후불 결제나 카드론 등 여신사업을 통해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라이선스상 이러한 여신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불리한 입장이다. 규제 차이 때문에 사업을 못 한다는 말씀도 있는데, 그렇다면 어떤 규제가 해결돼야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구체적인 그림이 있으면 좋겠다. 기존 금융사가 더 좋은 서비스를 낼수록 핀테크도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지금은 기존 금융권과 핀테크가 나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같아질 것이다. 결국에는 한쪽에 있는 규제를 같이 받게 된다. 다른 쪽에 남아있는 규제는 미래에 나머지 한쪽에 족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최근 IT 인재가 각광받는데, 기술이 갖는 함의는 무엇이 있을까.

“요즘은 사용자에 서비스가 ‘맨투맨’이기보다는 ‘맨투모바일’ 방식으로 제공된다. ‘M2M’이 기존에 맨투맨이었다면 이제 맨투모바일로 바뀌었다. 모바일에서는 기술적인 요소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수요에 맞춰서 기술 인재에 대한 니즈도 올라갔다. 이는 금융뿐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가 마찬가지다. IT 인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국가적으로 기술 인재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게 많이 아쉽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더 부족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빨리 IT 인력에 대해 준비를 해놓지 않으면 앞으로 10년 뒤에는 더 뒤처질 수도 있다.”

―핀테크산업협회장으로서 소회는.

“전자금융거래법이 핀테크업권뿐 아니라 국내 금융산업 전체의 발전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금융은 라이선스로 많이 묶여 있고, 하나하나가 무겁게 구성돼 있다. 이번에 개정되는 전금법이 100% 다 저희 업권의 목소리가 들어간 건 아니지만, 신규 진입의 허들을 굉장히 많이 낮춰주는 부분이 있다. 라이선스를 쪼갠 것은 금융산업의 다이내믹스를 올려서 경쟁을 활성화하고 그에 따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이라고 본다. 전금법 개정안이 가급적 빠르게 통과가 되기를 바란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1977년 서울 출생 ●2000년 건국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2002년 건국대학원 정보통신학 석사 ●2003∼2011년 모바일 회사, 삼성SDS 등 근무 ●2011년 카카오 보이스톡 개발팀장 ●2013년 카카오 페이먼트사업부 본부장 ●2015년 다음카카오 핀테크 총괄 부사장 ●2016년 카카오 핀테크 사업 총괄 부사장●2017년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2020년 한국핀테크산업협회 3대 회장

대담=이천종 경제부장, 정리=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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