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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명마 ‘닉스고’ 성공 이끈 경주마 ‘종축개량 프로젝트’ 빛보다 [농어촌이 미래다 - 그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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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12 01:00:00 수정 : 2021-11-11 19: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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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 맺은 한국마사회 ‘케이닉스 사업’

서울대와 공동 우수 유전자 선발기술 개발
해외서 어린 말 조기 매입… 경주마로 육성
씨수말 검증되면 국내산마 개량 추진사업
‘닉스고’ 배출로 케이닉스 기술 성과 확인

전통방식 개량보다 기간 11년 이상 단축
수입 대체 효과도 연간 200억원에 달해
“말농가 소득증대·한국경마 선진화 기대”
케이닉스 사업을 통해 육성된 한국마사회 소속 닉스고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브리더스컵 클래식 경주에서 1위로 달리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지난 7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낭보가 들려왔다. 한국마사회 소속 경주마 ‘닉스고(knicks go)’가 세계 최고 권위의 브리더스컵 클래식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이었다.

전 언론이 닉스고의 쾌거를 전하며 “씨수말로서의 가치 역시 급상승했다”고 덧붙였다. 경마 소식에는 항상 몸값, 씨수말, 교배료 등 내용이 따라붙는다. 말에게 좋은 성적은 곧 ‘우수한 유전자’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수한 능력과 유전자를 가진 말을 생산하기 위한 종축개량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닉스고가 세계 정상에 오르게 된 것도 그 결실이다.

◆은퇴 후 씨수말로 제2 전성기 누리는 스타마

경주마는 혈통이 매우 중요시된다. 부모 말의 능력이 자식 말에 대물림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말산업계에서는 능력이 검증된 씨수말과 씨암말을 자연 교배해 우수한 경주마를 생산하는 종축사업이 활발하다.

경주마들은 은퇴 후 씨수말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경주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씨수말은 몸값이 높은데, 자마들의 경주 성적에 따라 몸값이 달라진다.

세계 최고 수준의 씨수말 몸값은 1000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회당 교배료도 1억원을 훌쩍 넘는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영국의 대표적인 씨수말 ‘프랭클(Frankel)’은 회당 교배료가 17만5000파운드(약 2억7000만원)에 달한다. 현재 활동 중인 씨수말 중 최고가 교배료 기록은 아일랜드의 ‘갈릴레오(Galileo)’로 회당 60만유로(약 8억5000만원)다.

한국에서 대표 씨수말로 꼽혔던 ‘메니피’는 2006년 미국에서 40억원에 들여왔다. 메니피는 2019년 폐사할 때까지 활발히 활동하며 많은 자마를 남겼다. 대표 자마로는 2020년 코리안더비 우승마인 ‘세이브더월드’, 2019년 대통령배 우승마 ‘뉴레전드’ 등이 있다.

그해 최고의 씨수말을 뜻하는 ‘리딩사이어(leading sire)’는 자마들의 상금 수득 규모로 결정된다. 지난해 한국의 리딩사이어는 2013년 미국에서 도입된 ‘한센’이었다. 한센의 부마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씨수말 중 하나였던 ‘타핏’이다. 총 수득 상금은 181만805달러(약 21억3300만원)이며, 지난해 7월 루나스테이크스 대상경주에서 우승한 암말 ‘화이트퀸’이 한센의 자마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에서 경주마로 활약하던 스타마들도 씨수말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메니피의 자마로 2014년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제패한 ‘경부대로’는 2016년 씨수말 데뷔 후 매년 50두 이상 꾸준히 교배를 진행하고 있다.

2012년 코리안더비와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에서 우승한 ‘지금이순간’은 2014년 씨수말로 데뷔했다. 자마 ‘심장의고동’이 2019년과 지난해 대상경주에서 우승하며 부마의 몸값을 높이고 있다.

◆‘닉스고’ 배출한 종축개량 기술 ‘케이닉스’

한국마사회는 2008년부터 서울대학교와 공동연구를 통해 우수 유전자를 선발할 수 있는 ‘케이닉스(K-NICKS)’ 기술을 개발했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말의 유전자를 검증된 말의 유전자와 비교해 유전 능력을 산출하는 것으로, 3건의 특허를 따냈을 만큼 세계적으로 정확도를 인정 받았다.

이어 한국마사회는 케이닉스를 기반으로 한 해외 종축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해외에서 우수한 어린 말을 선발해 조기에 저가로 매입한 뒤 경주마로 육성해 현지에서 몸값을 높이고, 씨수말로서 능력이 검정 되면 한국에 들여와 국내산마의 유전적 개량을 추진한다는 중장기 계획이다. 사업은 세계 최대의 경주마 생산국이자 한국과 경주로가 유사한 미국에서 진행한다.

2015년 처음 미국에서 선발된 말들은 2016년부터 대상경주, 브리더스컵 등에서 상위권 성적을 내며 두각을 드러냈다. 그중 ‘빅스’는 2018년 3월 케이닉스 선발마 중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와 씨수말 활동을 시작했다.

2016년 매입한 ‘미스터크로우’는 총 16번의 경기에서 4번의 우승과 3번의 준우승을 기록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둔 뒤 2019년 한국 장수목장에 들어와 씨수말로 데뷔했다. 미스터크로우의 조부는 한센의 부마와 동일한 타핏이다. 지난해 68회 교배에 성공하는 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닉스고는 2017년 미국 킨랜드 경매에서 선발해 8만7000달러(약 1억원)에 구입한 경주마다. 이번 브리더스컵 클래식 우승을 포함해 총 수득 상금이 103억원을 넘겼다. 이미 초기 몸값의 100배 이상을 벌어들인 셈이다.

최종 목표는 역시 국산마 능력 향상이다. 닉스고는 내년 1월 페가수스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해 미국에서 씨수말로 활동하다가 이후 한국에 들어온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국내산 경주마 개량에 케이닉스 기술을 활용하면 전통 방식으로 개량할 때보다 11년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종축개량을 통한 수입대체 효과는 연간 약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진우 한국마사회 종축개량TF 부장은 “미국, 일본, 아일랜드는 각각 스타 씨수말 1두로 세계 최대 경주마 생산국으로 도약했다. 한국도 케이닉스를 활용해 국제 종축시장의 메이저가 될 수 있다”면서 “말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동시에 국산 경주마의 질적 수준 제고로 한국 경마의 선진화와 국제화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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