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고가 전세 기준 9억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요구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이 전세대출뿐 아니라 잔금대출과 같은 집단대출도 딱 필요한 만큼만 돈을 내주는 방식으로 대출을 조이고 있다. 최근 시중 은행들은 잔금대출 한도에 시세가 아니라 ‘분양가’를 반영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시세보다 분양가를 기준으로 한도를 산정할 때 대출규모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7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달 대전 유성구의 한 아파트 분양 관련 잔금대출 한도를 분양가의 70% 이내로 제한했다. 잔금대출이 필요한 만큼만 나가도록 대출심사를 강화한 셈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해당 단지 시세가 많이 올랐다”며 “시세를 기준으로 하면 잔금대출이 집값보다 높게 나올 수 있어 자금 유용을 방지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최근 잔금대출 한도를 ‘분양가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시세를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적용해 잔금대출 한도를 산정했는데, 여기에 분양가라는 상한선을 설정한 것이다.
앞서 KB국민은행도 잔금대출 담보 기준을 기존 ‘KB시세 또는 감정가액’에서 ‘분양가격,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바꾼 뒤 통상 분양가격을 기준으로 잔금대출 한도를 정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분양아파트의 현 시세를 기준으로 잔금대출 한도를 산출하긴 하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은 고위험 대출자에 대한 잔금대출 한도 심사를 강화했다. NH농협은행은 올해 연말까지 잔금대출을 자제하고 내년부터 승인하되, 앞서 중도금 대출을 내준 아파트 사업장에만 취급하기로 했다.
한편 SGI서울보증이 고가 전세에 대한 대출 보증 중단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서울 강남권의 세입자 등을 중심으로 불만이 분출하고 있다.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SGI서울보증은 최근 금융위원회의 ‘가계부채 관리 태스크포스(TF)’가 발족한 이후 고가 전세에 대한 보증 제공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GI서울보증과 더불어 전세자금 대출의 보증을 제공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GU) 3곳 중 주금공과 HUG는 수도권 지역의 보증 제공에 5억원의 상한을 두고 있지만 SGI서울보증은 한도가 없다.
다만 SGI서울보증이 검토 중인 고가 전세의 기준은 당초 거론됐던 9억원보다 높을 전망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청년 기업가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고가 전세자금 대출 보증 제한 계획에 대해 “일률적으로 제한해 실수요자들이 피해 보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면서 “다만 초고액 전세에 대한 지적은 SGI서울보증이 중심이 돼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고액 전세 기준이 9억원이냐는 질문에 “훨씬 위일 것”이라고 답했다.
SGI서울보증의 보증에 상한이 설정된다면 서울 지역 중에서도 강남권 아파트 세입자를 중심으로 실수요자의 상당수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녀 교육을 위해 어렵게 대치동에서 전세를 사는 세입자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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