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약제 배송업무 맡은 ‘메디봇’
엘리베이터 알아서 타고 충전도 ‘척척’
음식점 ‘비대면 서비스’ 감염 우려 낮춰
LG유플러스·KT 등 ‘미래먹거리’ 확신
5G 통신망 등 연계 관제시스템 고도화
제조업 현장 넘어 활용범위 확대 박차

“안녕하세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서 업무 중인 메디봇입니다. 지금은 열심히 이동 중입니다.” 4일 서울 신림동 양지병원 4층 약제실, 약사들이 약제배송 로봇인 메디봇에 조제약을 넣고 비밀번호와 배송지를 입력한다. 배송지로 가는 길을 확인한 메디봇이 자동으로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한다. 메디봇은 부착된 센서로 엘리베이터의 탑승인원을 확인한다. 본인이 들어갈 공간이 있자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곧 5층 병동에 도착한 메디봇은 조심스레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사전에 맵핑된 정보를 통해 병동 간호사에게 안전하게 전달한다. 간호사는 사전에 공유된 비밀번호를 눌러 약을 받는다. 이렇게 옮겨진 약은 각 병동의 환자들에게 전달됐다. 이후 메디봇은 안전하게 다시 약제실로 내려와 자동으로 충전에 들어갔다.
양지병원 5층 51병동에서 메디봇에서 약제를 전달받은 전주헌 양지병원 수간호사는 “많을 때는 한 시간에 4, 5번씩 약제를 받기 위해 내려가야 했지만 메디봇이 단순 배송업무를 대신하면서 환자를 돌보거나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만족해했다. 양지병원의 엘리베이터에서 메디봇을 만난 강범준씨는 “아이들이 로봇을 보면서 신기해한다”며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로봇이 우리 가까이에 들어왔다는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김상일 양지병원장은 “로봇기술을 활용한 방문자 관리 시스템과 새로 도입된 배송 로봇 운영은 환자 안전과 편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서비스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약제 배송뿐만 아니라 검체의 배송 등 다양하게 로봇을 활용하기 위해 직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양지병원에서 운영 중인 약제배송로봇 메디봇은 LG전자가 개발한 스마트 배송 로봇인 클로이(CLOi) 서브봇을 기초로 LG유플러스의 관제시스템과 약제배송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접목한 로봇이다. 일반 약품은 물론 항암제나 마약성 진통제 등 위험한 약품을 하루 2번 배송한다. 사전에 입력된 지역으로 이동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 내부 인원, 이동경로에 있는 사람 등을 확인해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약제를 배송한다. 배달사고가 나지 않게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등 보안도 강화해 직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메디봇뿐만이 아니다. 6일 찾은 강원도 속초의 물회 전문점인 ‘봉평 머구리집’에서는 주문은 직원이, 음식 배송은 서빙로봇이 하고 있었다. 주방에서 음식을 서빙로봇에 올려두면 빠른 속도로 로봇이 손님이 앉은 테이블로 찾아와 음식을 전달한다. 손님이 자리에 음식을 두고 모니터에 있는 완료버튼을 누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서빙을 하는 것보다 감염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어 서빙로봇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제조업에서 한정적으로 쓰이던 로봇이 이젠 호텔 관리로봇과 레스토랑 서빙로봇, 반려로봇 등 우리 실생활로 들어오고 있다.
산업 현장에도 LG유플러스의 통신망을 적용한 로봇이 도입되고 있다. LG유플러스 최근 GS건설과 손잡고 5세대 이동통신(5G)으로 원격 제어하는 로봇을 실증했다. 활용된 로봇은 사족보행로봇 ‘스폿’이다. 로봇에는 5G 라우터와 3차원(3D) 레이저스캐너를 장착,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좁은 통로를 촬영해 서버로 영상을 전송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영상은 공사현장의 3D 지도를 제작하는 데 활용된다.
이번 실증을 통해 양사는 로봇이 보내온 영상을 조종사가 현장사무소에서 보고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5G를 활용하기 전까지는 와이파이를 사용해야 했는데, 로봇이 땅속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 통신이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이번 실증을 위해 5G 라우터에 고정 인터넷 프로토콜(IP)을 할당하고 경로에 제한 없이 로봇을 제어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LG유플러스는 이 로봇에 다양한 IoT(사물인터넷) 센서를 장착해 각종 산업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GS건설은 해당 로봇을 건설현장에 도입해 유해가스 검출 및 위험지역 등에 투입했다. 현재 진행 중인 배곧신도시 해안도로 확충공사 건설현장에도 5G 기반 로봇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LG유플러스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 5G네트워크를 활용한 스마트팜 로봇 공동연구를 하고 있고, 지난해 9월에는 전주시와 업무협약을 맺은 뒤 24시간 대기질을 측정하고 오염물질 배출을 감시할 수 있는 자율주행로봇을 도입하기도 했다.
로봇 사업단을 자체적으로 꾸린 KT도 차세대 AI 반려로봇과 자율주행 방역로봇 등 다양한 관련 사업을 전개 중이다.
KT는 지난해 9월부터 어린이와 고령층을 위한 차세대 AI 반려로봇(케어로봇) 개발 및 사업화 중이다. AI 반려로봇은 팔 관절 움직임과 머리 끄덕임, 기가지니 AI 기반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중심으로 어린이와 고령층 고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게 된다. 현재 영덕군 등 고령층 돌봄서비스에 집중하는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KT 케어로봇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KT는 앞으로도 케어로봇 보급 확대 및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KT의 비대면 호텔 서비스인 ‘KT AI 호텔’은 투숙객들이 직접 물건을 만지거나 종업원을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인공지능 서비스다. 2019년 12월에 선보인 KT의 AI 호텔 로봇은 이 서비스의 핵심으로, 각종 객실용품을 무인으로 객실에 가져다준다.
통신사들이 이 같은 로봇 개발과 실용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미래먹거리라는 확신 때문이다. 서비스로봇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해 123억달러에서 2025년 805억달러로 7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음식 및 의약품 배달 로봇의 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향후 배달 로봇 등으로 확대가 전망된다.
또 통신사들의 강점인 5G 통신망을 통해 로봇 관제시스템이 고도화된다는 점도 통신사들이 로봇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다. 서재용 LG유플러스 스마트인프라사업담당(상무)은 “5G를 활용하면 실내뿐 아니라 실외에서도 로봇과 관제 시스템 간에 손쉬운 연동을 제공할 수 있다”며 “5G로 모빌리티와 커넥티비티를 제공하여 다양한 환경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어 로봇 활용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선 네트워크에 기반한 로봇이 일상생활에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며 “각 통신사들도 이 같은 청사진을 그리며 로봇 실용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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