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은 참 빠르게 지나간다. 2003년 교환학생으로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한국은 가까운 나라이지만 인터넷 등을 통해 조금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직접 한국 땅을 밟고 보니 활기차고 질서 정연한 나라라는 생각으로 한국은 정말 신선하게 내 가슴에 와 닿았다.
이후 직장 업무로 한국과 중국을 자주 왕래하며 친구도 많이 생기고 틈틈이 훌륭한 유적지나 유명 관광지 등을 여행하며 한국에 대한 정(情)이 깊어지면서 한국은 멋진 기회의 땅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나는 이 멋진 땅, 아름다운 한국을 동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 남편을 만나게 됐고 결혼해 어느덧 한국에서의 생활이 10년이 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이렇듯 나도 중국인에서 서서히 한국인으로 변화해 갔다. 그럭저럭 한국 생활에 적응했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도 나는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과 익숙지 못한 것이 많다. 특히 한국은 중국에서 경험하지 못한 신기한 것이 너무도 많다.
그 가운데 중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화려한 야식문화와 독특한 회식문화는 내게는 참 신기하다. 식재료를 많이 쓰고 기름도 많이 사용하지 않은 한국 음식은 웰빙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상하게도 외국 사람이 한국에 오면 대부분 뚱보가 된다. 나도 마찬가지다. 몇 년간 한국에 거주하며 겪어 보니 독특한 야식문화 때문인 것 같다. 피자, 치킨, 곱창, 족발, 보쌈, 떡볶이 등 각양각색의 음식이 밤늦게까지 배달되고 있지 않은가.
한국인 회식 자리는 1차에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1차는 식사 겸 술자리, 2차는 맥주와 각종 안주, 3차는 노래방, 노래방에서도 술과 안주가 이어진다. 4차는 해장국에 소주. 이처럼 뱃속으로 끊임없이 음식이 들어간다. 그래서 학창시절 한국 교수님께서 한국 사람은 위대한 사람이 많다고 말씀하셨나 보다. 여기에서의 위대함은 훌륭하다는 뜻이 아니고 위(胃)가 크다(大)는 뜻이라고 설명해 주셨는데 직접 겪어보니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놀라운 것은 밤늦도록 이어지는 식사와 술자리에도 다음 날에는 ‘언제 술을 마셨던가’ 하며 멀쩡하게 출근을 한다. 이렇게 보면 한국인의 열정은 정말 대단하다.
처음 한국에 와 참석한 결혼식에서 예식장 입구 주변으로 길게 늘어선 수많은 화환을 보고서도 깜짝 놀랐다. 보통 화환은 장례식장이나 개업식장에만 보내지는 줄 알았는데 근조, 결혼, 축하, 개업 등 여러 가지 용도로 다양한 장소에 보내지고 있음을 나중에 알게 됐다. 참 재미있는 문화라고 여겨졌다.
일상에서 흔히 겪는 것 중엔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결혼하셨어요?”, “아이는 몇 살이에요?” 등 질문이 쉼 없이 이어진다. 나는 개인적인 질문이라 실례가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지금은 익숙해졌다. 한국 사람들은 다소 불편할 수 있는 개인적인 질문들을 주고받으면서 더 친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제는 이러한 일들의 이면에는 친숙해지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깔려 있음을 알게 됐다. 우습게도 언제부터인지 나도 그런 질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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